고독의 모양 =권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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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3-04-21 20:52본문
고독의 모양
=권영옥
세상 모든 마음은 고독을 버무리며 산다
사방에서 고독이 흘러들면,
쓸쓸함을 더 주입하고, 두께를 재고, 용해해서
한 모양을 만들어 간다
고독의 깃이 하늘로 솟구치면
공작은 뱀잡이수리가 되고
입을 쭉 당기면 흰 유홍초는 나팔수가 되고
고독을 휘저으면 빈 달팽이집이 된다
산다는 건 빈 둥지를 잡고 강풍을 견디는 것
고독이 바닥으로 스며들 때까지
마음은 강준치가 되어
물바위에 머리를 치면서 동거,
뱀잡이수리가 발밑으로 잠입하는 독사를 내려찍어
제 둥지를 지켜내듯
늦가을 미루나무에 걸린 구름을 둘둘 말아서
뼈 깊이 고독을 우려내는 자는
우리를 지켜내는 것
커튼 속에서 잔을 들고 오래 서 있는 실루엣처럼
*공정한시인의사회(2020, 07)
얼띤感想文
시제 ‘고독의 모양’은 바닥과 허공의 긴장 속에서 마음을 조율하며 고독을 다스려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시는 이러나저러나 매 한 가지 고독이겠다. 고독孤獨, 부모가 없거나 자식이 없는 사람이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고독이며 이렇게 수리처럼 문장을 두드리며 들여다보아도 고독은 고독이다. 시의 인식 부족을 낳는다면,
시인께서 사용한 시어를 본다. 물론 고독이라는 주 시어가 있고 공작과 뱀잡이 수리, 입, 유홍초, 나팔수, 빈 달팽이 집, 둥지, 강풍, 강준치, 물 바위, 발밑, 독사, 구름을 들 수 있다. 공작은 꿩과의 새를 말하기도 하지만 무엇을 만드는 즉 일을 꾸미는 과정을 묘사한다. 뱀잡이 수리에서 아담과 이브에서 사과를 건넨 뱀의 교묘함과 거기서 발생한 어떤 긴 문장의 은유 같은 것, 입은 역시 들이고 내뱉는 기능이다. 유홍초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풀 엉기성기 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랑을 묘사했다면 나팔수喇叭手는 손으로 묶거나 벌이거나 그 과정에 일어나는 여러 칼질들 빈 달팽이 집은 완전성과 고체화 과정에 아직 연체동물을 벗지 못한 이상향 즉 달을 두고 뺑뺑 도는 이상한 물질을 묘사한다. 강준치는 시류에 흐르는 어떤 준(준準과 준俊)함을 벗지 못한 부끄러움(치恥와 치値)까지 독사 독사讀師로 이룬 독사獨舍. 이 순간만큼은 고독을 벗는 순간이며 모양을 형성한다.
뼈 깊이 고독을 우려내는 자는 우리를 지켜내는 것, 마음은 육체를 지배하기에 고독을 새기며 버무리며 쓸쓸함을 뱉어내기도 하면서 온전한 세계를 그린다. 마지막 문장이 더욱 압권이다. 커튼 속에서 잔을 들고 오래 서 있는 실루엣처럼 시인 김광균의 설야,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같다.
고독에서 독獨을 파자해 본다. 개 견犭 혹은 개사슴록변 견犭에 애벌레 촉蜀으로 이룬다. 개와 애벌레는 사회를 이루지 못하는 데서 이러한 글자가 나오지 않았을까, 개미는 사회를 이룬다. 그러므로 의蟻 벌레 훼虫에 의로움(義)이 붙는다.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촛불 촉燭 화촉華燭을 밝히며 보는 시, 소나 양처럼 뿔을 들이대며 읽는 촉감觸感 같은 시, 그 읽는 과정은 더디므로 마치 애벌레처럼 머뭇거리는 것도 촉躅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늘도 잇는 시 읽기 속屬, 이 속屬은 꼬리 미尾와 애벌레 촉蜀으로 이룬 글자다. 여전히 시의 세계에 혼탁混濁한 글 한 줄에 불과한 시 감상이다. 애벌레가 마치 물속 꿈틀거리며(濁) 나아간 바닥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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