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노래방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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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회 작성일 23-04-22 22:22본문
유령 노래방
=권성훈
모든 기사들이 주술같이 드나들며 흉기로 찌르는
아무도 없지만 아무나 있는 방
구석구석 점멸하는 눈빛을 숨길 수 없었던 거야
얼마나 많은 감정이 사라지고 돌아오며 재생되는
서로가 서로를 머금고 삼키며 뱉어내야 했던
마취의 밤은 아직도 거기에 살지
이 별에서 저 별로 어두워 질 때까지 반짝이다
어디에도 살지 않기에 어디에나 살고 있는
유일한 당신과의 안식처
색이 바래가는 소파와 유독 사랑이 많이 구겨진 노래책
지문으로 흘러내리는 눈자위가 가물거려
한 여자가 부르는 노래를 한 남자가 듣지 못하는
주문에서 생략된 소리보다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지네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도 자라나
퍼져가는 화음으로 중력에서 벗어나고 있으니
오늘 만난 당신을 어제 부를 수 있는 것처럼
내일 부르던 당신을 오늘 만날 수 있는 거지
계간 “다층” 2020년 겨울호
얼띤感想文
시는 유령 노래방이다. 혼魂이 담겼다. 그러나 그 혼은 작품이어야 한다. 사적인 변론이거나 넋두리 같은 것은 아니 되겠다. 한때 시는 아니지만, 혼을 담아 사적인 용도로 쓰려고 한 적 있었다. 글이 뭔가 싶어 알아보려다 지인의 권유로 시마을을 알고, 글을 쓰고 시를 알게 되었다. 사실 그전에 원고는 이미 다 준비되었지만, 몇 년을 더 지난 후에 책을 냈으니 그 이유는 한 분의 선생으로 말하자면 주저躊躇였다. 일을 넓히고 성공을 기원하는 결단이었고 그 목표는 충분히 이루었다. 사업은 잘되었으니까, 요즘은 책을 잘 보지 않는다. 모두 너-튜브에 몰입하며 사는 세상이 돼 버렸다. 돈을 벌든 유흥이든 그 어느 쪽도 글보다는 동영상을 택한다. 이제는 그 어느 쪽도 미련은 없고 거저 마음의 안정이다. 그것은 읽고 사색하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는 듯하다.
그러니까 책은 일방적 사색을 필요로 한다면, 시는 대화다. 물론 읽고 마는 일이면 사색에 그치겠지만 이런 대변도 아닌 언술로 여기다 끼얹으면 술 하나 더 치는 격이니 너의 노래고 나의 노래가 되는 한 마당이다. 마취의 밤은 따로 없다. 아주 먼 별에서 온 것 같은 그대에서 또 아주 먼 별까지 가는 어떤 진행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거기 중간에 일개지사一介之士로 일개서생一介書生이 하나 있다.
여기서 혀라는 글자가 지나간다. 혀 설舌 일천 천千에 입 구口다. 혀는 입에서 천 가지 변화를 만든다. 설화舌禍며 구설수口舌數다. 물 수氵변을 놓으면 살 활活이 된다. 혀에 물기가 있으니 산 것이다. 활력活力과 생활生活이다. 말씀 언言변을 더하면 말할 화話가 된다. 말은 내 혀로 하는 것이므로 화술話術이며 대화對話다. 마음 심忄을 놓으면 편안할 념恬이다. 편안은 마음과 혀가 같이할 때다. 무욕염담無慾恬淡이다. 칼 도刂로 치면 깎을 괄刮이다. 괄목상대刮目相對다. 손 수扌변은 묶을 괄括이다. 총괄總括이다. 사회를 사는 데는 금구폐설金口閉舌이어야 하며 지면은 일구양설一口兩舌이어야 좋은 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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