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신스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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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회 작성일 23-04-25 20:07본문
히야신스
=송종규
그러므로 모든 서사는 안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사도 안전하지 않다
모든 부류의 사물은 결국 서사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람의 생애 역시 서사 아닌 것이 없다
그것은 실타래처럼 얽혀있거나 뜨거운 웅덩이처럼
함몰되어 있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히야신스나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
기술하길 원한다면
꽃이나 사람의 생애는 곧, 왜곡되거나 과장되어 진다
당신의 문장은 날렵하거나 기발하기도 하지만
당신이 만약 시인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해서 함부로 발설하려하지 말 것,
그 남자의 구부정한 등이 한 권의 서사인 것처럼
흘쩍거리며 국물 마시는 당신도 결국 한 권의 서사이다
젖은 길바닥에 버려진 우산이나 페트병도 알고 보면
글씨들 빼곡한 한 권의 책
히야신스는 눈물처럼 맑은 문장이다
구름이 느리게 한 생애의 머리 위로 지나간다
계간 “애지”2021년 봄호
얼띤感想文
히아신스는 구근초球根草다. 색상도 다양하고 향기가 참 좋은 꽃이다. 백합과 여러해살이풀. 서사書史는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이다. 사실, 무엇을 써놓는다는 것 자체가 왜곡이다. 그러나 그나마 진실에 가까운 왜곡을 우리는 찾는 것이며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 한 권으로 구부정한 등이 바르게 펼 수 있는 도움을 찾는 길이겠다.
여기서 언뜻 사마천의 ‘사기’가 지나간다. 사기, 동양 최대의 역사가, 역사가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의 명예를 얻은 사마천, 그가 쓴 사기에는 수천만의 인물이 등장한다. 과연 그는 그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기술하였을까? 그 한 명 한 명에 관한 기술에 주안점을 둔 것도 사실이겠지만, 사관으로서 밝힌 속내까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음을, 그러나 약 2천 년간 동북아 역사에 꽤 영향을 끼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기 속 등장인물의 각 개성은 분명히 살아 있다. 허접한 얘기가 아니라 목적을 갖는 삶을 그리며 그가 무엇을 추구했는지 그리고 한 역사에 끼친 점과 그 영향으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분명히 기술해 놓고 있다.
젖은 길바닥에 버려진 우산이나 페트병도 알고 보면 글씨들 빼곡한 한 권의 책, 산업화 과정에 생긴 이러한 물질들도 원래의 목적은 있었다. 비를 피하거나 막걸리 한 잔 따라 마시더라도 그 물질은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이루었는지 그 과정은 모른다. 다만, 비를 피하거나 막걸리 한 잔 따라 마셨을 뿐,
버려진 페트병과 우산은 주름에 의해 수거되고 재생산의 길로 접어든다.
히아신스는 눈물처럼 맑은 문장이다. 그것이 어떤 색으로 어떤 향으로 다가갔는지는 몰라도 알뿌리에서 곧게 피어오른 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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