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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무렵 =권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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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회 작성일 23-04-26 22:26

본문

곡우 무렵

=권규미

 

 

    전생의 시간들 아마도 분홍이었다

 

    묵묵히 나를 업고 어르고 또 달래며 지난 생의 엄마처럼 아가야 아가야 황황한 햇빛 속을 서성이던 낙타,

 

    부르튼 발 아래 가만히 떨구던 한 방울의 눈물도 분홍, 분홍이었다

 

    심장에서 심장으로 쓸쓸히 자전하는 별의 은하와 아득히 먼 추운나라의 음악처럼 말랑말랑한 네 맨발도 그랬다

 

    처음 여덟 개의 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세계와 곡진한 연두의 세포들은 분화하고 연대하여 다시 꽃으로 오는 것인지

 

    아득히 낡은 우주의 핏줄이 매미 울 듯 팽팽해지는 신화속의 시간이다 강가를 헤메는 오르페우스처럼 더듬더듬 그림자 따라 도는 저녁들

 

    어둠 속의 마을도 잠시 분홍이 되는 적막과 적막 사이의 어슬 무렵, 벚나무 저 환한 광대들의 춤

 

  계간 [사이펀] 2021년 가을호

 

   鵲巢感想文

    시제 곡우 무렵에서 곡우穀雨는 이십사절기의 하나.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들며,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하여진다고 한다. 양력으로는 420일 경이다. 그러니까 봄을 상징한다. 무렵은 간단히 말하자면 즈음, 그쯤이겠다.

    시의 세계에 빠져들면, 지루하지가 않다. 늘 대화다. 그 대화는 암묵적이며 뉘앙스 적인 데가 있고 간혹 그 무엇을 맞추려고 하는, 구태여 안 맞더라도 그 속에서 이는 웃음이 또 배여 나오기도 해서 즐거울 때가 종종 있다. 가만히 생각하면 문장에서 느낌이 오지 않으면 시제에서 명확하게 해 둔다.

    전생의 생이다. 찰나로 지나가 버리는 그 순간과 순간들은 모두 분홍이었다. 분홍粉紅은 분홍처럼 사랑으로 닿지만 분홍雰虹처럼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그 무엇을 찾는다는 것에서 그것은 진심 어린 나를 찾는 일이지만, 어디든 엄마가 있다는 데에서 안심이다. 그러고 보면,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가 그 뒤를 보아주겠지만 성인은 책이 부모라는 사실, 잊혀서는 안 된다. 책을 늘 끼고 살아도 모자람이 없는 것이다.

    시 중간쯤에 보면, 처음 여덟 개의 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세계와 곡진한 연두의 세포들은 분화하고 연대하여 다시 꽃으로 오는 것인지, 하는 문장이 있다. 숫자 여덟은 한자 팔이다. 팔은 여러 방향을 상징한다. 공변될 공이라는 글자가 있다. 여덟 팔에 사사로울 사자와 합자다. 그러니까 공변은 사적인 것을 여러 곳으로 펼치는 것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는 공익 우선이다. 은 나무에서 공변된 골고루 영향을 끼치니 소나무고 옹은 어른에게 수염은 공동체가 인정하는 상징이 되었다. 머리가 공변되면 칭송稱頌을 받고 말로 공변을 실현하는 것이 송사訟事.

    연두라는 한자를 떠올려 보면 시어가 참 재밌고 신화와 오르페우스를 생각하면 가면과 같은 이 사기詐欺, 짓는 마음이지만 사기史記처럼 대단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마음 하나 제대로 잡는다면 말이다.

    사기에서 사는 사잠깐이라는 말에서 왔다. ()을 할 때 잠깐잠깐 잇는 것은 무엇을 속이는 것이 있다는 데에서 온 것이다. 은 사람이 잠깐의 틈도 없이 무엇을 만드는 것을 상징하며 작은 해와 잠깐이 붙었는데 날 중에서도 잠깐 퍼뜩 지나간 날이 어제라는 뜻 작불이 잠깐 확 붙은 것을 말한다. 작렬炸裂하다 할 때 쓴다.

    속일 기라는 글자를 보면 그 기와 하품 흠의 결합이다. 는 키의 상형자다. 곡식을 후치며 알맹이를 고를 때 그 키의 작용에서 흠은 역시 속이는 그 무엇의 작용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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