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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안차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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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3-04-28 22:47

본문

초록을 엄마라고 부를 때

=안차애

 

 

    초록초록한 것들을 보면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

 

    초록은 뜯어먹고 싶고

    초록은 부비부비 입 맞추고 싶고

    초록은 바람과 그늘을 불러 모으고,

 

    슈펭글러(Spengler, Ostwald)는 초록을 가톨릭의 색이라고 했으니, 마리아

    엄마, 눈물과 머리카락으로 다시 발을 씻어주세요

 

    초록은 도착하자마자 휘발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모르는 색상표가 나를 둘러싼다

 

    어떤 색을 흐느꼈던 감각은 남고 지문은 사라졌으니

    초록의 냄새 초록의 데시벨 초록의,

    젖가슴을 찾아주세요

 

    물색이 번지면 뒷걸음질 치는 초록의 불안

    기억이 오류를 견디듯 본색은 제 무게가 힘겨웠을까

    다가가면 벌써 흐려지거나 독해지는 초록이라는 기호

 

    묽어지는 색처럼 증발하는 중인가요, 마리아

    바닥이 없는 아래로 떨어지는 중인가요

 

    초록이 빠진 것뿐인데

    모든 색들이 무너지고 있잖아

    초록이 빠진 구멍이 엄마 엄마 부르며

    쫓아오고 있잖아

    감춘 입들을 쏟아내며, 내내

 

   계간 시와 사상” 2021년 봄호

 

   얼띤感想文

    초록草綠은 한마디로 풀색이다. 한 해를 잘 넘기지 못하고 한 철은 우거진 모습으로 피기도 하는 그러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면 사그라들며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초록은 하찮은 풀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나를 구제하며 마치 신처럼 닿아 어머니의 목소리처럼 입을 맞춘다.

    그러면 나에게 초록은 뭘까? 엄마가 없을 때 엄마처럼 불러주는 이름에 거기에 걸맞은 따뜻하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는 뭘까? 한 번씩 비틀거리다가도 또 흔들려 넘어지다가도 반듯하게는 아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불러주는 이름에 걸맞은 엄마는

    초록은 멀지만 함께 있는 것 같은 실처럼 새겨진 빛깔 보여주어 새겨진 데가 있다면 그것은 마음의 위안이겠다. 초록에 록은 가느실 사 멱에 돼지머리 계와 물 수로 이룬 글자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새김에 대한 어느 쪽이든 반향은 있어야겠다. 마음을 벗기는 일이다.

    초록은 뜯어먹고 싶다. 그것은 소처럼 뜯는 일이겠다. 물론 소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다. 초록은 부비부비 입 맞추고 싶다. 여기서 부비는 두엄이다. 두엄의 한자식 표현이다. 부비腐肥, 썩을 부 살찔 비다. 초록에서 오는 동색에서 혹은 비색에서 섞고 썩으며 살찌우는 입이다. 거기서 초록은 바람과 그늘을 불러 모은다.

    슈펭글러(1880~1936)는 독일의 역사가이자 철학자다. 문화를 유기체로 보아, 문화도 생성ㆍ번영ㆍ쇠퇴ㆍ몰락의 과정을 밟는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시의 생성과 번영 그리고 쇠퇴와 몰락의 과정을 압축한다. 눈물은 하나의 구체를 상징하며 머리카락은 문장을 상징하겠다. 구체와 문장을 빚으며 내 발을 씻는 과정이 그 속에 있다.

    이러한 시 읽기의 과정을 거치면 감각은 남게 되고 지문은 사라지겠지. 여기서 지문은 誌文이겠다. 죽은 사람의 이름과 나고 죽은 날과 행적(行蹟)과 무덤이 있는 곳과 좌향 따위를 적은 글, 그 지문誌文 내가 바라본 하나의 방향성이다. 그것은 엄마처럼 들여다본 일이고 엄마를 불러모으는 일에 지문이자 제문이다.

    물색이 번지면 뒷걸음질 치는 초록의 불안, 원활한 소통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 간혹 오류가 오류가 아니듯이 다가가는 초록, 독해에 금이 간 것이지만 그 속에 또 다른 이문을 남겼다면 그것은 삶의 단단한 금줄을 쥐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 사색의 근원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가령, 나무()였다면 금()이었던가 아니면 언덕처럼 기댈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었던가!

    초록은 영원하지가 않다. 구멍은 아침이 있다면 저녁으로 몰고 가는 길이다. 그 과정에 수많은 입을 보며 수많은 사색으로 얽힌 바닥을 닦아야 하는 감춘 입에 우리는 부비부비 입 맞추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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