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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구球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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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3-04-29 22:11

본문

=박은정

 

 

    이곳은 미세먼지가 나쁨인 초여름의 빌라 안. 너와 나의 거리는 언제나 일정하게 움직인다. 누군가 다가서면 누군가는 멀어지듯이, 너는 구를 그린다. 구는 찢어진 볼처럼 붉다. 붉은 구는 꼭 붉지만은 않아서 검고 푸른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속에는 마주 앉은 우리가 있다. 그곳을 제2의 행성이라고 하자. 대기로만 이루어진 행성, 사람들의 눈빛으로만 이루어진 행성이라 하자. 이곳에서는 따분한 연습 없이 상상한 것들을 그릴 수 있다. 구는 0이 되고 공간이 되고 유희가 되고 슬픔이 된다. 거울이 되었다가 묘비명이 되었다가 밑동이 되었다가 낯선 비밀로 돌변하기도 한다. 너는 구를 본다. 시시때때로 실눈을 뜨고 하품을 하는, 너는 왼손잡이다.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은 나이이다. 이것은 구이지만 구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지만 우리를 빙자한 구이다. 처마 밑에서 비둘기들이 날갯짓을 하는 동안, 낡은 선풍기가 거실에서 돌아가는 동안, 너는 손발을 늘여 그림자를 채워 넣는다. 작은 네 손이 연필을 쥐고 빛을 지우면 검고 심약한 구는 잃어버린 어제처럼 굴러간다. 구는 당돌하고 구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달라지는 빛 속에서 우리는 어지럽다. 당장이라도 저 끝으로 사라질 것처럼 무모하다. 끝없이 가속페달을 밟는 기분으로, 사막이 출몰하고 태풍이 몰아치는 이 행성을 질주한다. 망쳐질 것들은 이미 망쳐진 세계, 입구와 출구를 찾을 수 없어 서로를 껴안고 숨죽일 수밖에 없는, 이곳은 이름 모를 행성이고 우리는 뿌연 대기 안에서 저녁밥을 먹을 것이다. 집 잃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잠이 들 때까지, 어디부터 그려야 할지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여기 가장 둥근 빛 하나가 책상 위에 있다.

 

   계간 황해문화” 2019년 여름호

 

   鵲巢感想文

    이 시를 읽으니, 마치 어떤 동굴 안에서 둥둥 떠 있는 구체 하나를 대하는 느낌이다. 그 구체는 모양은 구지만 정확히 구라 표현할 수는 없겠다. 그것은 바닷물처럼 살아 움직이며 손을 넣으면 깊게 쑥 빠져들기도 한다. 잠시 빠져든 세계에서 순식간에 45억 년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가 꿈을 꾼 것처럼 지나간다. 인류의 태동과 문명과 현실을 비춘다. 마치 영화 타임머신처럼 꼭 아버지 같은 말투로 우주를 뒤흔드는 시간 여행에서 상상력을 넘어선 경이로움에 이르기까지 어떤 초월적 세계관에 발을 닿게 한다. 그것은 과거의 시간 여행을 넘어 먼 미래에 이르는 기발한 상상력의 절대 무한대 다시 200만 년이라는 먼 미래, 지구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아메바처럼 꿈틀거리는 어떤 구를 묘사한다.

    구가 완벽함을 대변한다면 이를 바라보는 쪽은 지구다. 지구는 집 잃은 고양이의 세계며 책상 위에 놓인 둥근 빛을 발하여보는 무리겠다.

    시는 전체적으로 지구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가령 미세먼지가 나쁨, 초여름의 빌라 안, 찢어진 볼, 그것은 검고 푸른빛으로, 2의 행성, 이곳은 따분한 연습 없이 상상한 것들, 실눈을 뜨고 하품하는, 왼손잡이, 궁금함, 처마 밑 비둘기 울음소리(이는 구를 갈망하는 소리처럼 구구구구 거리듯)와 날갯짓, 낡은 선풍기, 연필을 쥐고 빛을 지우는 행위, 어지럽고, 무모하고, 끝없이 가속페달을 밟는 기분, 사막이 출현하고, 태풍이 몰아치는, 망쳐질 것들은 이미 다 망쳐진 세계, 입구와 출구를 찾을 수 없고, 숨죽이며 처한 이 자리 뿌연 대기 안에서 저녁밥을 먹듯 구를 읽고 있는 자아다.

    요즘 전 세계는 탄소배출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으로 인해 청정에너지 쪽으로 산업이 전락하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2차 전지가 부각하고 화석연료에서 자연을 이용한 태양광과 바람을 이용하고 더욱 안정성을 강조한 원전과 SMR에 이르기까지 산업경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까 구, 입구와 출구를 제대로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먹거리는 안전할 것이며 숨죽이며 살 필요까지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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