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天葬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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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3-05-02 21:52본문
천장天葬
=강신애
나는 야크 똥을 주우러 다니던 아이 / 설수로 목을 축이던 처녀 / 놋주발을 돌리던 라마승이네
죽은 것 다시 죽여 살아나는 활개 / 냄새가 다른 피, 코와 팔다리들 삭혀 부유하는 / 천년의 짐승이네
나는 높은 곳 연모하던 살점들이 / 빛으로 짓고 빛으로 글자를 써 빛의 헝겊을 날리는 / 하늘사원의 전서구
모든 길은 허공으로 통해 / 부풀어오른 설풍마저 질긴 구애를 하네
신조(神鳥)도 설산에 푸른 그림자를 매달고 / 까마득한 공복에서 출발하네
긴 겨울과 희미한 볕뉘의 제물 / 누군가의 전 생애가 불이 되고 물이 되어가는 곳에 / 발톱과 초점이 나의 전부일 뿐
땀에 젖은 모자가 세 번 원을 그릴 때 / 튕기듯, 붉은 언덕으로
계간 「문학의 오늘」 2020년 여름호
얼띤感想文
시제로 쓴 천장은 티베트인이나 배화교도 쪽 장례 풍습이다. 시체를 바깥에 내놓아 하늘의 날 짐승에게 뜯게 한다. 이는 시신을 자연으로 회귀시키는 의식이자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례를 가진 주요 원인은 건조한 지리적 배경에 있다.
물론 천장을 설명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천장처럼 죽음에서 다시 깨어나는 삶의 이행과 그 과정에서 닿는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야크 똥은 불쏘시개로는 더없이 소중한 재료며 설수는 비를 몹시 기대할 수 없는 건조한 땅에서는 역시나 약수나 다름없는 것이다. 놋주발은 두루두루 영향을 가하는 그릇을 상징하며 라마승喇嘛僧은 경전을 뒤 받쳐주는 선생을 상징한다.
활개는 새가 쭉 펼친 두 날개의 범위다. 냄새가 다르고 피가 다른 코와 팔다리는 삭혀 띄운다. 그렇게 행하는 시 객체는 하나의 전서구傳書鳩다. 그러니까 편지를 잘도 물고 가는 한 마리 비둘기다. 구구거리며 이쪽으로 계속 날갯짓하며 허공을 배회한다. 곧 귀소성을 상징한다.
설풍이라는 시어가 아리송하게 닿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재밌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설풍屑風이자 설풍雪風일 것 같고 그것은 또 설풍舌風이나 다름없기에 질긴 구애다. 설屑은 가루, 부스러기를 뜻하고 설雪 눈을 뜻하지만, 더러움이나 오명을 씻는 더 나가 누명이나 치욕을 씻을 수 있는 흰색을 상징하고 설舌은 악기 같은 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다중적 의미가 있다.
공복空腹은 음식을 먹지 아니하여 고픈 배라면 공복公僕은 공적인 업무 국가의 부름에 심부름꾼처럼 공무적 역할을 상징한다. 시의 공공성公共性이다.
숫자 3의 의미는 완벽이다. 인생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누어 보거나, 하루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고대국가를 떠올려 본다거나 그 이상의 국가 체계였던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 시대에서 더 올라 환웅과 환인 단군의 고조선에 이르기까지 간장, 고추장, 된장이라는 삼장의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돌, 여자, 바람을 이며 만세 삼창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 공간, 물질과 같은 이 우주의 공간 안에서 사실 푹푹 썩은 이 하루의 마음을 위안한다면
더없이 소중한 시간임을 말이다. 이는 또 모자母子로 잠시 가져본 시간에서 모자茅茨로 엮은 설풍임을 부인할 수 없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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