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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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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3-05-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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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

=허 연

 

 

    덧칠하면서 사는 나이다. 낡은 목선에 켜켜이 붙어 있는 페인트의 두께에서 어떤 절지동물 사체들이 묻혀 있는 굴곡이 보인다. 기생하면서 살아온 것들, 고래와 목선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들, 그 위에 덧칠된 울퉁불퉁한 굴곡들.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온다. 난 오늘 덧칠을 시작했다.

 

    목선에 들러붙은 지독한 것들에게. 온몸이 가려워지는 그들의 생존 방식에 대해 짠물에도 살아남은 그들의 묵묵한 인내에 경배한다. 하나하나의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진화에서 빗겨 나간 과묵함이 눈물을 핑 돌게 하는 풍경임은 분명하다. 나는 얼마나 작은가. 숨죽이며 발목을 잡는 건 자책이다. 짠물에 씻겨 나가지 않은 사체의 세월이 나의 노래이기를.

 

   鵲巢感想文

    불후라는 말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불후不朽, 불후의 명작 할 때 그 불후, 영원히 썩지 않는 그 무엇을 말한다. 노후라는 말도 있다. 노후老後를 준비하기 위해 연금을 넣는다고 할 때 그 노후와는 조금 다른 노후老朽한 차량을 정비했다는 노후老朽, 기계도 닦고 교체하고 기름칠하여야 오래가듯이 인생도 마찬가지겠다는 어설픈 감상을 한다.

    진화의 방향에 페인트 두께에 파묻힌 여느 절지동물처럼 굴곡이 되어버린 삶이지만 신의 발목을 잡고 숨죽이며 사는 남은 세월은 진정 나의 노래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는 주어진 삶에 극기가 필요할 때다.

    극옛 고에 걷는 사람 인의 합자, 한 분야에 오랜 시간 경험과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은 이는 능히 이긴 사람이다. 열 십에 맏 형으로 보아도 무관한 극십은 완벽한 세계를 표방한다. 형은 무리의 으뜸으로 용맹의 표상이었다. 짠물, 바닷물에 바짝 마른 결정체처럼 그 소금 같은 세상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두루 섞어 참 잘 살았다. 지금까지는

    아직은 씻겨 나가지 않았으므로 덧칠이다. 가만 생각하면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다. 군대에서 하극상도 아닌 하극상下剋上으로 유장무장惟杖無將이었다. 사회 초년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결혼 후 뜻하지 않은 맹장염으로 오십이 넘은 지금, 이 시점 죽음의 그림자는 늘 꿈틀거린다. 하지만 삶에 미련은 없다. 하루가 덤이고 덧칠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정말이지 덧칠도 아닌 불후의 작품 하나 없다는 거 가령 이중섭의 흰소와 같은 그러나 이 시마을에서 작소와 숭오라는 닉만은 불후이듯 덧칠도 이런 덧칠은 없을 거 같다. 늘 고래를 잡고 목선을 도려내는 한쪽은 무딘 칼이었다.

    오늘도 거하게 소주 한 잔 마시며 그냥 지나가려다가 똥칠도 아닌 것이 생존에 생존 방식에 늘 문제점이 발견되곤 하는 사회생활에서 풍경 하나를 잠재우고 잊으려고 숨죽이며 있다가 끊은 발목 하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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