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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단종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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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1회 작성일 23-05-07 20:01

본문

단종

=신철규

 

 

    태풍이 북상중이다 더운 바람과 차가운 바람이 드잡이를 한다 다급한 수신호를 하듯 구름은 빠르게 모였다가 흩어진다

    콧수염 모양의 구름이 금세 누군가 벗어놓고 간 브래지어 모양으로 바뀌어 공중에 걸려 있다 뜨거운 기운이 사라지면 태풍은 꽃잎 하나 떨어뜨리지 못하고 시들 것이다

    옥상정원, 꽃나무 주위에 벌들이 잉잉거린다 진초록 잎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붉은 백일홍 앞에서 맴을 돈다 이제 백일도 얼마 안 남았다고 내게 더 많은 꿀을 달라고 네 몸을 더립히겠다고

    지빠귀가 날아와 벌 한 마리를 낚아챈다 철제 난간에 앉아 퍼덕거리는 벌을 딱딱한 부리 사이에 잠시 물고 있다가 꿀꺽, 삼킨다 검은 눈동자 천천히 구르며 햇살에 뿌옇게 빛난다

    빨래는 북서쪽을 향해 맹렬하게 나부낀다 젖은 몸을 달라고 저 바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내 몸을 더럽히겠다고

    구름의 테두리가 잿빛으로 변해간다 썩은 복숭아처럼 채찍을 기다리는 순한 짐승처럼

    그러나 어떤 짐승도 가만히 엎드려 재앙을 기다리지 않는다

    난간을 박차고 지빠귀는 다시 어딘가로 날아간다 빨래건조대 받침대에 눌러놓은 벽돌, 들썩거린다

 

   얼띤感想文

    단종은 단종端宗이 아니라 단종斷種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지만, 시의 세계가 거울이라면 단종斷種이 아니라 단종端宗으로 보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태풍이 북상 중이다. 차가운 쪽은 죽음의 세계다. 뜨겁고 융기하는 현실 세계에 대한 묘사다. 콧수염 모양은 검고 가는 시적 세계를 묘사한다면 브래지어 모양은 다중적 의미를 부여한 허묘임에는 분명하겠다. 옥상정원은 집 구조상 꼭대기에 해당하는 시적 객체의 공간적 의미를 부여했다면 꽃나무는 맴(마음, 돌고 있다는 맴맴)을 붙들고 있는 참상이겠다. 벌 봉은 민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한자라면 진초록은 삶을 대변한다. 백일에 백고하거나 맑고 청아한 순정을 기대했다면 백은 중복적이며 힘쓰는 일정의 과정을 묘사하겠다. 지빠귀 구, 절구 구와 새 조로 이룬 글자다. 절구 구는 허물을 뜻하기도 하고 깍지 낄 국으로 쓰이기도 한다. 시를 보고 있거나 물고 씹는 일이라면 깍지 끼듯이 보는 일이겠고 그 속에 마음이 일었다면 허물 하나를 벗긴 교화의 뜻도 있겠다. 그렇다고 치면 현실 세계에 빠져든 홀연한 혼처럼 닿는다. 마치 절구에 찧고 찧어서 퍼 올리며 날아간 알곡의 부스러기 같은 것, 빨래한다. 마음을 씻는 것이다. 북서쪽은 죽음의 고장이다. 쪽이 묶음()과 가림()의 세계관에서 역동적이었다면 지평선이 열리고 하루의 태양은 저문다. 은하수와 별들이 출현하는 시간 밤의 계곡으로 안치하는 죽음은 그야말로 바람의 동굴이겠다. 복사나무의 열매 복숭아, 썩었다는 것은 죽음을 채찍은 편달鞭撻로 서 있는 기분, 한 마리 짐승은 태어나고 난간難艱은 역시 물렀거나(退) 나가거나() 제 역할이라고는 없는 마음의 건조대, 꾹꾹 눌러 잡은 벽돌 하나가 내 뒤통수를 그대로 때리고 마는 그야말로 지도편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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