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장석남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민화 =장석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회 작성일 23-05-11 22:58

본문

민화

=장석남

 

 

    햇빛이 창을 넘어와 방 안에 넘실넘실 차게 되면 얽은 집은 으드득거리며 뒤틀어댄다. 벗어놓은 옷가지, 앉은뱅이책상엔 나의 움직임들이 먼지가 되어 뽀얗게 앉고 마당의 물 호스가 얼어붙는다. 남쪽 잣나무숲 사이로 햇빛은 잘게 부서져내린다. 흰 뺨 고양이가 어슬렁어슬렁 간혹은 뒤돌아보며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간다. 씰룩이는 어깨 위의 햇빛 무리, 나는 문득 그 위에도 실려 있는 것이 아닌가.

 

   얼띤感想文

    비 내린 후의 세상은 온갖 잡초의 세상이다. 늘 그렇게 오가든 집 마당도 봄날 마당 한구석은 사람이 없으면 잡초로 붐빈다. 불과 며칠 되었다고 틈 삐져 오르는 풀색을 보면, 놀랄 만한 일이지만 그건 다만, 무관심이며 나의 게으름일 뿐이다. 보드라운 손으로 풀을 잡아 당겨보면 안다. 풀들도 나름대로 가시가 있다는 것, 제 땅도 아니면서 제 땅이라 여기며 생명 부지하는 줄기를 당기면 앗 따끔하다.

    소생蘇生과 환생還生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죽음 그 이후의 세계, 햇빛은 늘 창을 넘나들고 방은 얽은 것들로 뒤틀린다. 앉은뱅이책상, 개선광정改善匡正이다. 새롭게 잘못을 고치고 바로잡는 일, 죽으면 다 바로잡아 가는 것임을, 그건 산 자의 몫이다. 목숨을 부지하며 끝끝내 붙들고 있는 이 기둥 같은 세상을 다시 또 바르게 잡아가려는 생명력이다. 잣나무 숲, 침엽수針葉樹 그사이 비집고 오는 햇볕은 참 따스하고 아름답다. 처절한 삶의 애환 속에 자연의 멋은 차마 눈물겹다.

    한 마리 고양이처럼, 오늘도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거닌다. 씰룩이는 어깨 위의 햇빛 무리, 소의 멍에다. 짐은 다소 무겁다. 내려놓는다고 해서 다 벗은 게 아닌 삶에 대한 소, 물고기 하나와 벼 한 톨 뜯고 씹는 게 차마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것은 나의 얘기이자 보잘것없는 에서 을 대표한 민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5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62 1 07-07
491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 0 09:33
49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 00:36
4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6-22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06-15
490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4-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