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박상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1회 작성일 23-05-12 20:57본문
소풍
=박상수
화관을 장식했던 꽃이 머리칼을 떠나고 나는 몇 방울 물 방울이 될 때까지 웅크려보기로 했다 엄마는 영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 밥상, 홀로 상보를 덮었다 들었다 하겠지만 나는 낯선 역을 지날 때마다 기나긴 저녁이 되어갔다 독서등을 켜고 책장 여백에 글자들을 적고 있으면 쌓인 나뭇단 사이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새의 지저귐, 열차가 바오바브나무의 거리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말 없는 눈동자 가득 뿌리내린 뱀풀들이 흔들려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는 잠결인 듯 뒤채는 소리를 내었다 모종삽으로 잘 파묻어주세요, 무지갯빛 엽서를 꺼내 손바닥 도장을 찍었다
鵲巢感想文
시제가 소풍이다. 소풍消風,逍風에서 소消는 사라질 혹은 삭일 소다. 심심소일心心消日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消는 무엇 무엇을 없애는 쪽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또 다른 소逍는 쉬엄쉬엄 갈 착辶변이라 노니는 것이다. 화관花冠은 꽃 한 개에 있어 꽃잎 전체를 말한다. 꽃부리다. 화가 언의 근간인 설舌에서 화話로 자꾸 보인다. 몇 방울 물방울은 완벽한 세계관을 이루는 구체球體며 엄마는 시를 일깨우는 존재 더욱 나를 인식하게 한다. 역驛에서 역逆과 역繹을 엮어 역歷에 머무는 지금, 이 시각 역시 역疫이다. 나는 이 역에 오랫동안 마취되어 피로疲勞를 풀고 있음이다. 새벽에 반하는 저녁에 독서등을 켜고 마음에 숨겨놓은 나뭇조각 하나 끄집어낸다. 평균수명이 3,000년 5,000년 산 것도 있는 바오바브나무가 아프리카 같은 이 늪지대에 하이에나처럼 줄곧 서 있는 이유는 저低 흔들어 놓는 뱀의 교사敎唆와 복서復書에 있겠다. 가슴 한쪽 움푹 파내는 모종삽에 피 한 옴큼 묻어나고 무지갯빛 엽서 되돌아오는 장에 운예지망雲霓之望이다. 여기에 장인掌印을 놓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