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집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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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23-05-14 17:59본문
모래의 집
=신철규
아이 둘이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 약간의 물기가 있는 모래로
흙과 자갈 사이에는 무수한 크기의 모래 알갱이가 있습니다
한 움큼씩 떠올린 모래로 모래산이 만들어진다 토닥토닥 열 손가락을 쫙 펴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딱딱해진 케이크 같은 모래에 구멍을 뚫는다 구멍은 창이 되고 문이 되고 방이 된다
작대기 하나로 깃대를 세우고 비닐 조각으로 깃발을 만든다 이 세계에 없는 나라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발을 구른다
멀리 있던 파도가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은 울상이 된다 평화롭게 펼쳐져 있던 색색의 파라솔들이 접힌다 출정을 앞둔 중세 기사의 창처럼 뾰족해진다 이 세계에 없는 나라가 위태롭다
아이들이 작대기로 금을 그으며 파도를 향해 손사래를 친다 파도는 삼각의 뿔을 세우고 달려온다
파도가 덮치기 전에 아이들은 모래의 집을 허문다 자신들의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지은 집을
아이들은 파도에 손을 씻고 집으로 돌아간다 시멘트처럼 굳은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쩍쩍 가라질 것은 같은 얼굴로
鵲巢感想文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 나간 극히 짧은 시간,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이 안 간 성에서 마치 천 년을 누릴 듯 안도하고 천 년에 갇힌 시간 케이크는 꿈이었다. 그래서 옛사람은 성을 쌓을 때 돌로 쌓은 것인가? 고구려는 아예 돌뿐만 아니었다. 지형적으로도 접근이 불가한 산의 험난한 형국을 잘 이용하기까지 했다. 수와 당이 여러 차례에 공격하였지만 잘 막아낸 고구려, 고구려가 멸망한 것은 다름 아닌 내분이었다.
내분內紛, 분紛 어지럽다는 뜻이다. 실이 나누어지고 엉킨 모양이다. 마음이 나뉘면 분忿, 분노忿怒가 일고 재산(貝)이 나뉘면 빈貧 가난하다. 빈곤貧困으로 청빈낙도淸貧樂道는 하도 없어 변명이지 실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준基準을 정하고 잡다雜多한 생각은 버리며 집중集中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준準과 잡雜과 집集에서 모두 새 추가 들어간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다니는 존재다. 우리 인체의 하늘은 머리다. 내분과 집중은 하늘 아래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달렸다.
출정을 앞둔 중세 기사의 창처럼 뾰족은 저기 저 밀려오는 피라미드와 같은 삼각의 뿔을 해체할 순 없을 것이다. 뿔은 초식동물에게만 갖춘 유일한 무기다. 촉처봉패觸處逢敗에 앞서 천사만량千思萬量에 집중集中은 피라미드는 세울 순 없을망정 파도에 휩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 며칠 일지반해一知半解에 교각살우矯角殺牛였다. 얼굴은 시멘트처럼 굳고 입술은 봉분封墳을 이루었다.
뿔 각角은 한마디로 뾰족이다. 칼 도刀에 쓸 용用이 합쳐진 글자다. 옛사람은 뿔을 여러 용도로 썼다. 술잔(고觚)과 활을 만드는 소재였다. 쓸 용用이 아니라 육달 월月로 표기하기도 한다. 초식동물이 가진 무기라고는 뿔밖엔 없으니까, 소를 풀어놓는 것은 뿔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풀 해解, 싸움할 때는 뿔부터 닿아서 닿을 촉觸이었다. 한낱 개미로 댐을 맞설 수 없는 일이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순간,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긴장은 반드시 기준과 집중이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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