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게가 있는 정물*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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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4회 작성일 23-05-15 21:15본문
뒤집어진 게가 있는 정물*
=박연준
아직 다 벗겨지진 않았어요. 오래 걸리진 않을걸요. 맵고 다리가 많고 징그러울걸요. 쉽진 않겠죠. 너무 가깝지도 않을걸요. 소용이 있는 옷들을 걸치고 있진 않아요. 작지도 않을걸요. 풍선껌처럼 오래 생각하다 가까스로 사라질걸요. 울고 있진 않겠지만 조용할 순 없겠죠. 기대가 크진 않을걸요. 가벼울 순 없어요. 노력하진 않을 거예요. 다만 당신을 꺾으려고 팔을 늘릴 순 있어요. 유리를 닮았나요? 쉽게 상하는 멜론을 좋아해요. 멍청할 순 있지만 텅 비우기는 힘들어요. 힘들어요. 멈추는 게. 이동하는 게. 12시에 잠드는 게. 당신을 몰라요. 행복할걸요. 일흔두 개의 동그라미 속에 숨어 있는 한 개의 하트가 내 기분이에요. 재채기하다 당신을 잊을걸요. 가느다란 머리카락으로 만든 그네를 타고 내일모레로 갈걸요. 가서 웃다가, 너무 웃어서 작년으로 추방당하겠죠. 먼지 쌓인 신발을 신고 벌을 받는 기분으로 가을까지 걸어가야 할걸요. 죄책감은 없을걸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빈센트 반 고흐, 1889년 작품.
鵲巢感想文
뒤집어진 게가 있는 정물, 빈센트 반 고흐가 죽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이다. 그림에는 두 마리의 게가 나온다. 한 마리는 온전하고 한 마리는 뒤집혀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느낌이 온다. 온전한 세계에 몸담은 동생 테오, 불완전하게만 보이는 자아였다. 시는 온전한 자아와 불완전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묘사한다. 그렇게 읽었다. 왜냐하면, 일흔두 개의 동그라미 속에 숨어 있는 한 개의 하트가 내 기분이라고 묘사한 글에서 만약 빈센트 반 고흐가 죽기 1년 전을 고려한다면 시는 더욱 애틋하게 닿는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3.6세 남자 80세 여자 86세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일찍 죽는다. 그 이유는 남녀 유전적 차이도 있겠지만, 평상시 술, 담배, 모험을 즐기는 습성에다가 나쁜 생활습관 때문이다. 제 주위 어르신을 볼 때 남자 80세 넘긴 분은 잘 보지 못했다. 거의 없다. 고향을 보더라도 세 분 정도가 언뜻 떠오르고 나머지 윗대는 다 돌아가셨다. 마을회관(경노당)에 어쩌다 어머니 일로 가보면 모두 여성이다. 그나마 생존하신 어른 그러니까 남자는 요양병원에 기거하시거나 요양원에 주간 보호를 받는다. 몸이 온전한 모 씨 아버님만 혼자다. 전에 동네서 뵙기도 했다.
인생초로人生草露이자 사생영욕死生榮辱이다. 무병장수無病長壽이자 자력갱생自力更生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그것을 바라기 전에 하루하루 잇는 음식과 운동은 근간根幹이 되었는지 확인해야겠다. 다만, 기대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바라는 뜻에서다. 생기사귀生奇死歸다. 그래서 선조 때부터 죽음은 돌아간다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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