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색/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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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6회 작성일 23-05-16 07:45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5.12)
내색/이규리
꽃은 그렇게 해마다 오지만
그들이 웃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일로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 있었는데
자꾸 웃으라 했네
거듭, 웃으라 주문을 했네
울고 싶었네
아니라 아니라는데 내 말을 나만 듣고 있었네
뜰의 능수매화가 2년째 체면 유지하듯 겨우 몇 송이 피었다
너도 마지못해 웃은 거니?
간유리 안의 그림자처럼, 누가 심중을 다 보겠는가마는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미소 친절' 띠를 두른 관공서 직원처럼
뭐 이렇게까지
미소를 꺼내려 하시는지
여긴 아직 내색에 무심하다
그러니 꽃이여, 그저 네 마음으로 오면 되겠다
(시감상)
마음에 느낀 것을 얼굴로 드러내는 것을 내색이라고 한다. 꽃이 피는 계절이다. 꽃의 내색도 우리가 느끼는 내색과 같은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한두 번은 그럴지 몰라도 대부분의 상대 감정은 나와 다를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생이다. 본문처럼 그저 내 마음으로 웃고, 슬프고, 아프고, 위로하고 살면 될 것을 구태여 힘들지 않다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든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사랑하고 사는 일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규리 프로필)
현대시학 등단, 계명대학원 문예창작과,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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