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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極夜)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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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회 작성일 23-05-17 22:34

본문

극야(極夜)

=천수호

 

 

    여든여덟. 이것은 나이가 아니다. 강아지풀 옆의 수크령처럼 도드라지고 싶은 병. 수만 가지 알약으로 쌓은 탑. 아들이거나 딸이거나 하는 충치처럼 뿌리도 없어진 지 오래. 아침에 끼우고 밤에 빼는 틀니는 십 년 뒤 내 무덤에서 추려낼 것들. 까무러치는 초저녁과 아득한 아침. 손 내미는 조상들은 하나같이 봉두난발. 소스라치는 새벽과 휘몰아치는 고독의 검은 봉지 봉지들. 물로 삼키는 낮이라는 하얀 탄피들. 늙은 남편은 어린 나를 꽃가마 태워 시집보내고 할 일 다했다고 손 털고 누운. 더러는 삐거덕 걷고 더러는 철커덕 눕는 침상이라는 봉분. 총알도 스치고 단도에도 긁힌 여든여덟 개의 흙계단. 나는 강보에 얹힌 핏덩이 천애고아. 전신거울에 등을 붙여 손목과 발목을 묶은 흑야.

    *천수호 시집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101p

 

   얼띤感想文

    여든여덟이면 언뜻 나이, 수의 개념이 떠 오른다. 하지만 시인은 이 수는 나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여든여덟은 무엇일까? 88이라는 수는 미수米壽. 미수에서 본 미수未遂, 미수眉叟와 미수美秀로 향한 마음은 극야였다. 쌀 한 톨 생산하기 위해 농부는 여든여덟 번의 손이 간다고 해서 쌀 미라는 글자가 나왔다. 점 주두 자와 나무 목으로 이룬 글자로 보이지만 사실 이 글자는 점 주네 자에 열 십으로 이룬 글자다. 그러니까 십은 완성을 상징하며 점 주는 여든여덟을 의미한다. 탈곡脫穀과 정제精製를 이룬 완벽한 시의 완성은 어려운 길이다. 한마디로 정성과 공부, 공부와 실천, 거기에 따른 어떤 철학적인 자신만의 솥에서 안친 알곡에서 부푼 하얀 한술 밥이라야 어느 정도 공양할 수 있는 단계라면 아직도 근접하지 못한 이 손끝은 역시 흙 계단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거나 포기한다면 그것만큼 봉두난발蓬頭亂髮인 것도 없겠고 그야말로 하얀 탄피들 덮어쓴 침상이자 봉분을 이루고 말겠다. 생각해보라! 총알을 맞은 기분, 참 더럽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시의 세계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내가 어느 분야에 있든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이르는 길은 험난險難과 고행苦行이 있으므로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두고 하는 말이다. 나만의 공략과 나만의 계단을 만들고 세상 훤히 볼 수 있는 단계는 수크령이나 아니라 하얀 알곡만 담는 정제, 그건 부화뇌동附和雷同 없는 양춘화기陽春和氣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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