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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접사(接寫)/ 이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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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23-05-25 15:52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526)


(接寫)/ 이잠


옛집이 무너져 내릴 때 안방에 살던 거미는 어찌 되었을까

밥을 먹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불쑥 생각난다

바다도 먼데 희한하게 게를 닮았던 거미

사방 무늬 천장에서 대대로 새끼 치며 살았을 털 난 짐승

다시 못 볼 사람처럼 나는 자꾸 그놈만 찍어 댔지

다시 못 볼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는데

숱한 기억들이 은거하던 마당의 넓적돌 밑 쥐며느리 굴

닳고 닳은 마룻장에서 쭈뼛거리던 녹슨 못들

벽지 안에서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던 한숨들

침묵 속에서 깜빡이던 별빛들

가장 추운 날 저녁의 경쾌한 숟가락질 소리

하늘과 땅과 내가 마주 잡았던 온기

끝내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 정면에 담지 못하고

천장 귀퉁이에 매달린 거미만 찍었지

다시 못 볼 것을 알기에 낱낱이 다 아름다웠지

집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거미는 어디로 갔을까


(시집늦게 오는 사람 중)


(시감상)


  기억을 더듬다 보면 내 기억의 어딘가에나도 모를 저장소에 가만히 숨어있던 단편들이 불쑥 밖으로 나올 때가 있다까마득히 먼 날의 나와 동거하던 이름들사람들풍경들그리고 나를 사람답게 만들었던 과 관계들살다 지친 어느 날노을에 기대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커피잔 속에 가득 찰랑거리는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것들부러 외면하고 산 것은 아니지만 외면하고 산 것이 되어버린 어떤 날의 일상이 눈 시리게 그리울 때가 있다잃어버린 풍경을 접사하며 산다는 것가슴속 추억을 우려내는 방법이다아주 진한 차의 풍미를 더하듯깨끔 발을 들고 바라보던 아름다운 온기들이 새삼 그립다시인의 눈이 잔잔한 독백처럼 茶香을 우린다. (김부회 시인평론가)


(이잠 프로필)

충남 홍성, 1995 작가세계 등단시집 (해변의 개)(늦게 오는 사람),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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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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