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의 힘 =이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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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3-05-27 22:03본문
수평의 힘
=이영춘
나는 수면 속에 물고기처럼 잠겨서 나를 건져 올리지 못하네
빗방울 속으로 흐르는 여린 풀잎들이 슬픈 레퀴엠이 악보처럼 뛰어오르는데
요만큼만 차 오른 물결처럼 내가 허공 속으로 자꾸 점프를 해도 내 그릇은 요만한 크기의 빈 공기
내 창밖에서 유리창을 두드리며 달려가는 빗방울 소리, 소리의 발자국들
아득한 강 저 하구를 안고 도는 물안개와 산그늘을 덮고 있는 구름의 입술들 그 입술들의 수런거리는 숨소리 만큼 내 호흡이 머물고 있은 이 지상 내 작은 님프가 살고 있는 이 영토
나는 물고기처럼 수면에 가라앉아서 나를 건져 올릴 수가 없네
鵲巢感想文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말이 있다.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고기는 바다에 나가서 낚아야 할 일이다. 세파와 무관한 수면 속 물고기, 살아 있으나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고 죽은 거지만 죽은 거라 말할 수 없는 처지다. 내가 목적한 바를 이루려면 위험천만한 일일지언정 세상 속으로 나가 살펴야 한다. 몇 번을 두들겨 맞다가 보면 단련이 된다. 어쩌면 세력가의 주먹도 한두 번 맞다가 보면 요령이 는다. 수도어행水到魚行, 물이 지나가면 고기도 흐르듯이 때가 되면 무슨 일이든 이루게 되어 있다. 아주 아둔하지만은 않으면 말이다. 혹여, 뜻하지 않은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하다 떨어질지언정 시도가 있었다면 큰 발 걸음 하나 놓은 셈이다. 거기서 실패한 마음이 큰 상심으로 닿지 않아야 하지만, 사람이란 감정이라는 게 있어 더욱 나락으로 치닫는 예도 있다. 그때는 한 발짝 떨어져 다시 살피며 안정을 꾀함이 우선이다. 수평의 힘, 쓰러지지 않게 시장과 나와 함께 조화로운 상태다. 다시 말하면 균형이다. 균형을 잘 맞추어야 수면을 즐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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