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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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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묵념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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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3-05-29 21:59

본문

그러니까 묵념

=한명희

 

 

    양의 죽은 창자들이 운다 첼로의 네 개 낡은 줄에서는 알프스의 눈 덮인 산과 풀을 뜯던 소들의 워낭소리와 발정 난 염소의 뿔 부딪는 소리도 들린다

 

    비린내가 도배를 하는 선창가 곱창집이 보이고 국밥을 먹고 있던 누군가의 창자와 내장도 보인다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모를 은 모두 내장과 창자 안의 일이라서

 

    순대집은 새벽부터 바쁘고 봄여름 겨울 없이 첼로를 끌어안고 교습소와 학원을 찾아가던 아이는 첼로의 줄을 끊고 움켜쥔 주먹은 흐르는 눈물을 끊고

 

    계단이 되기 위해 계단을 달렸다 의자가 되기 위해 의자를 찾았으며 목구멍은 창자를 채우기 위해 땀을 삼켰다

 

    그러니까 침묵

    그러니까 침묵

 

    첼로 대신 가방끈을 끌어안은, 샐러리맨으로 살다 궁극에는 순대집이 된 아이를 위하여

 

    그러니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를 위무하며 오늘을 사는 세상의 모든 내장과 창자를 위하여

 

    *초기 현악기의 줄은 모두 양과 염소의 내장과 창자로 만들었음.

 

    계간 딩아돌하2018년 가을호

    한명희

    대전 출생. 2009딩아돌하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마이너리거』 『마른나무는 저기압에 가깝다.

 

   鵲巢感想文

    궁극적인 것은 시다. 시에 결부한 표현은 문학적인 사유를 제공한다. 첼로를 배우고 싶은 아이 첼로에 대해 동경과 그것으로 인한 목적 달성에 이르지 못한 한 인생을 그렸다고 하지만, 그 과정은 시 쓰기 과정과 겹쳐 이르는 길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시인께서 아래 별도로 표기했지만, 첼로의 줄은 이 악기를 처음 제작할 당시는 양의 내장과 창자로 만들었다. 빌빌 꼬아 만들었다고 한다. 빌빌 꼬아 만든 것은 첼로의 줄만은 아니겠다. 시를 쓰는 것도 사실 빌빌 꼬는 과정을 거쳐야 좋은 시가 되듯이 그 악기의 울음소리를 듣듯 시에서 우러나는 아픔을 곱절 더 느끼는 것이겠다. 피라미드와 같은 알프스의 눈 덮인 산을 보면 험난한 과정이 떠오른다. 눈이 시적 객체의 바라는 희망이 내재한 거라면 피라미드와 같은 단계와 계단은 높고 숭고하다. 풀을 뜯던 소, 초식이며 상소다. 발정에서 발하라는 것과 정에서 본성을 파악하며 뿔에서 혼(horn)의 이국어이자 동자同字로 대신한다.

    비린내가 도배하는 세상, 피다. 같은 혈족이자 진화의 단계에서 동시대적인 문학적 아우라다. 내 것을 끄집어낸 것이지만 네 것인 것 같고 네 것인 것 같아도 어쩌면 아버지와 같은 할아버지까지 함께한 시대적 산물의 내장과 창자를 우리는 보고 있으니까 국국밥이다. 여기는 따로국밥이다. 결국, 밥 한 그릇 먹으면 포만감은 느꼈으니까!

    그러니까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모를 은 모두 내장과 창자 안의 일이 된다.

    계단이 되기 위해 계단을 달리는 것이 되고 의자가 되기 위해 의자를 찾는 것이 된다. 목구멍은 소리를 대변했다면 창자는 그 내용물이겠다. 땀은 노력을 상징한다. 대한민국 멸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산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찍었다. 인구소멸로 경제적 활동인구가 없다는 말이다. 어느 중소기업은 벌써 일하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나오고 부산은 젊은 층이 점차 줄거나 떠나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가계부채는 OECD 국가 중 1위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부채가 줄어들 기미는 없고 점차 늘고 있다는 데 있다. 과열 경쟁과 세금의 적절한 부과와 활용이 형평성이 맞지 않은 데 있다. 물론 그 외 다른 사회적 병폐 또한 만만치가 않으니 결혼을 꺼린 풍조가 생겼다. 편안한 것이 편안한 것이 아닌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묵념과 침묵에서 묵이지만 묵을 본다. 창자와 내장이 다 드러난 묵에서 순댓집이 된 아이를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만 해도 살아남았던 시대가 있었다. 조밀한 시장과 적체와 과도한 경쟁은 희망에 대한 묵념과 침묵을 낳았다. 묵에서 묵묵부답黙黙不答과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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