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김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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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4회 작성일 23-06-01 17:1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602)
사각지대/ 김연종
시집 한 권 보내고 싶었는데 주소를 물어보기는 겸연쩍고 주소를 알만한 단서는 보이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누구인지 가물거리고
혼사 소식을 들었는데 모바일 단체 청첩장이라 가기도 쑥스럽고, 안가기도 체면이 아니라 계좌번호만 확인했는데 날짜가 지나가 버리고
신문 동정란 보고 병원장 등극한 동창 소식 접했는데 축하 전화도 축하난도 어색해서
우물쭈물하다 보니 어느새 퇴임 소식
부고를 접하고 망자 대신 장례식장을 확인하는데 주중에는 시간이 없고 주말에는 거리가 멀어 핑계 대신 반가운 계좌번호만 하릴없이 바라보고
보조미러를 달고
두 눈 부릅뜨고
귀 활짝 열고
말없이 '좋아요'만 누르고 사라진 지인에게
메신저를 통해 안부나 전할까
전화로 직접 목소릴 확인할까 고민하다가
다시 들어가 보니
이미 페친 삭제
(시감상)
관심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나 구역을 사각지대라고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살다 놓쳐버린 사각지대가 많다. 또 가만 생각해 보니 삶의 사각지대가 많을수록 나 역시 타인에게 사각지대가 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지나치기 쉬운 것이나 곳에 더 신경을 쓰고 살라는 성현의 가르침처럼 사각지대를 없애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시를 쓰는 것이 그 지름길이란 생각도 든다. 시를 쓰며 주변과 이웃과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한다면 그것이 울림과 소통이라는 시의 본질적 가치 기준이라는 自省이 들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연종 프로필)
2004 문학과 경계 등단, 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청진기 가라사대>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김연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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