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없다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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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1회 작성일 23-06-01 22:05본문
천국은 없다
=허 연
사랑은 하필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을 믿는 자들. 합성섬유가 그 어떤 가죽보다 인간적이라는 걸 모르는 자들. 방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천국은 없다.
사랑이 한때의 재능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인간에게 아주 빨리 온다. 신념은 식고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건 언제나 상상력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는 종말의 날은 생각보다 아주 짧다. 다행히 지칠 시간은 없다.
탑의 기억이 사라질 즈음
세상엔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
지긋지긋한 어떤 날이.
허 연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사 (2012) 82p
얼띤感想文
시를 읽지 않더라도 시제만 보더라도 당연히 맞는 말이다. 천국은 없다. 긴 잠만 있을 뿐이다. 사랑은 어쩌면 집착일지도 모른다. 한쪽을 향한 어떤 기대에 대한 모르는(혹여 알더라도) 다른 한쪽의 반응과 같은 것들 그러니까 무관심 속에 희망 아닌 어떤 기대 같은 것들로 지긋지긋한 날들의 연속이 아닐지 말이다. 언제나 그 사랑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신념이 식었을 때다. 그것은 어쩌면 구름으로 건재하다며 새웠던 탑의 전신이었다. 방을 바꾼다고 해서 또 해결될 것은 없다. 종말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바로 신념이 무너질 때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은 천국에서 잠시 누려본 행복 아니 고뇌와 고통이었다면 그 뒤에 오는 지옥 같은 삶에 어떤 대처는 있었던가! 그러한 대처가 없었으므로 자살 소동과 같은 정말 있지도 않은 천국에 도로 일찍 가고 싶은 허무맹랑虛無孟浪한 계획을 짰던 것일까! 모든 것은 합성섬유合成纖維다. 인간이 있는 한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손에 의해 발한 것은 절대 가죽(自然的)과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니까,
섬유纖維라는 글자를 본다. 실 사糸변에 부추 섬韱으로 이룬 글자다. 부추는 경상도 사투리로 정구지다. 식물의 특징은 가늘고 뾰족하며 자르고 베어도 뿌리가 있으면 다시 또 자란다. 부추 섬韱의 글자를 보면 부추 구韭에 다할 첨㦰으로 이룬다. 다할 첨㦰을 자세히 보면 사람 인人이 둘, 창 과戈로 이룬다. 사람들 목숨이 창끝처럼 다한 것을 표현한 것이겠다. 섬纖은 가는 실을 말하며 섬유纖維, 섬세纖細, 섬모纖毛라는 글자가 있고 또 다른 섬殲은 죽을 사歹변으로 다 죽일 것으로 섬멸殲滅이 있고 심忄 방이면 뉘우칠 참懺으로 참회懺悔, 참회록懺悔錄이 있다. 대 죽竹을 올리면 제비 첨籤이 된다. 제비뽑기로 할 때 그 제비다. 예언하다 할 때 말씀 언言변에 참讖, 참서讖書, 도참圖讖, 도참설圖讖說 같은 글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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