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3/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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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3회 작성일 23-06-08 16:4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609)
피노키오 3/ 김선미
걸인에게 신발 끈을 팔았어 사계절 이불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걸인 잊혀 질 만하면 오는 키가 크고 얼굴이 갸름한, 한 켤레 또는 두 켤레 오늘은 다섯 켤레 저 사람은 끈을 어디에 쓰려고 사 가는 거지 저 두꺼운 이불을 몸에 묶을 때 쓰는 건가 그래도 코는 커지지 않으니까 팔았어 내가 돈을 받으려 한 건 아니지만 안 받을 수도 없어 던져주고 가거든 끈 값의 두 배 정도를 구걸한 돈으로, 그럴 땐 내가 정말 걸인이 된 기분이야 물론 내가 걸인이 아니란 건 아니야 오늘도 너의 코에 대고 굳 보이 굳 보이 했으니, 그렇게 말하면 네가 굳 보이가 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어려워 하지마 하면 어려워하게 되는 것처럼* 눈발이 날린다 그가 달고 온 꼬리인가 거리엔 펭귄 족처럼 짧은 다리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데 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신발 끈만 사 가는 사람 팔지 않을 수도 없고 허들링을 하러 온 건가 싶기도 하지만 코도 커지지 않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문을 닫고 가는 걸인에게 들리지도 않게 굳 보이 굳 보이
* 홍상수 영화 「탑」에서 가져옴
(시감상)
시를 읽으며 피노키오의 코는 밖으로만 커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피노키오 1과 피노키오 2에서 역설적 화법으로 자신 속의 카타르시스를 꺼낸 시인은 피노키오 3에서 규정이라는 것의 위반은 위반이 아니라는 다른 발상의 눈을 꺼낸다. 나는 피노키오이면서 동시에 걸인이기도 하다. 신발 끈은 결국 자신에게 결박된 강박의 또 다른 결계를 풀고 싶어 하는 우리의 속성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발 끈을 판 사람도, 사 간 사람도 모두 하나라는 것. 규정된 A는 규정 안된 A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모노드라마를 공연하는 역할 나눔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굳 보이이면서 동시에 배드 보이가 되는, 어려워 하지마 하면 어려워지게 되는, 그런 속성을 아무렇지 않게 표출하고 있다. 어쩌면 삶은 전환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전환, 영화 메멘토의 대사처럼 눈 감으면 사라질 세상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선미 프로필)
경기 안성, 계간 시에 등단, 시집 (마가린 공장으로 가요, 우리) (인왕)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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