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운명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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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7회 작성일 23-06-14 21:24본문
뻔한 운명
=김정환
험악한 얼굴보다 마음이 더 험악해지는 사태의
시작을 나는 안다. 그 끝도 알고 시간의 마음이
형편없이 뒤틀린다. 세속의 명백과 싸우는 명백의
지리멸렬. 비극 없는 역동, 원초의 순수, 풍자의
뼈대가 sex였고 그 위에 생활의 제도가 완강한데
내게 명령은커녕 명명도 없다. 베드로도 바오로도
없고, 없는 것들이 벌써 반목의 반복이고 반복의
반목이다. 육화와 정반대. 법률과 소송은 총화의
끝없는 희석. 면죄부여 더 지독하게 코를 찌르라,
더 뻔한 운명의 냄새로. 내게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더 많은 상처. 찬송하라 로마, 갈라티아인,
정의 너머 연민과 연민 너머 자기연민을. 상처를
찔러다오 방랑의 누추, 집단, 육체의 신성이여.
崇烏感想文
세상은 험악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험악한 세상도 나라는 존재가 있으니 세상도 있고 그 세상 속에서 온갖 가진 마음이 發한다. 그 끝은 분명히 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온통 뒤틀려 있다. 한마디로 형편없이 정조임금도 한번 쓴 적 있는 시어 뒤죽박죽이다. 자살이 아닌 것은 모두 타살이다. 면죄부여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을 용서하시소서, 명백하다. 새하얗다. 세속의 때는 어김없이 역동적 비극이며 순수를 지향한 원초적인 삶을 대변하는 일 풍자가 아닌 풍자처럼 그건 sex다. 교감할 수 있으면 최대로 하라! 힘닿는 데까지다. 살아 있을 때 베드로도 바오로도 내겐 사실 없으니까, 시기와 질투의 반복, 반복적인 시기와 질투에서 수정粹正 같은 마음이면 불꽃이 이는 타지 않는 한 떨기 꽃에 머무는 일 코를 쳐들며 지독하리만큼 상에 올려라! 상처를 잠재우고 세속을 잠재우고 지리멸렬한 토의를 하면서 삶을 내세우는 일이야말로 비극 없는 역동인 것을
반목反目은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반목半牧도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양이나 소를 치는 일이다. 육화六花는 눈雪을 달리 이르는 말 기독교에서는 肉化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말한다. 총화總和 전체의 화합을 말한다면 총화銃火 총구멍에 이는 불꽃이다. 누추陋醜는 더럽고 추함을 말하는 것인데 마치 추함을 묶은 것처럼 읽힌다. 시니까
루累를 생각하면 구복지루口腹之累다. 살아나갈 걱정 먹고 살 근심이다. 누란지위累卵之危 달걀을 포갠 것처럼 위태한 것이 삶이다. 코를 찌르라, 코는 기氣를 상징한다. 코가 꿰이다, 약점이 잡힌다는 뜻이며 코가 높다는 것은 잘난체하고 뽐내는 기세가 있음을 말하며 코가 납작하다는 것은 몹시 무안을 당해서 기죽어 위신이 뚝 떨어진 것을 말한다. 코를 세우는 일은 고집을 부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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