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쓴/ 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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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3-06-15 12:17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616)
모자를 쓴/ 변영희
나는 잘 모르겠는 사람 때로 잘 알 것 같기도 한 사람 결국 모를 사람 손가락 위에 앉아있다 손바닥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 손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사람 붉은 피톨을 타고 다니다 죽어버리는 사람 피톨과 함께 살아나는 사람 약간 투덜거리다 점점 투덜거리는 사람 눈 모자를 쓰고 헐벗은 미루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 푸른 피가 우울하게 번지는데 훌륭하게 죽는 이라 말하는 사람 달리는 말이 똥을 쌀 때 깔깔 웃는 사람 흩어지는 똥을 별이라 여기는 사람 잠자는 것을 기도의 시간이라 여기는 사람 천사가 될 수 없는 사람 천사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 사람 이상하다 말도 못 하게 이상한 사람 이상하다 말도 못 하게 멀쩡한 사람 너는 어디에나 있는
*시집(코르크 물고기) 114쪽
(시감상)
의식이란 의식을 가진 채 느낄 수 있어야 의식 일 것 같다. 깨어난 의식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반드시 한 각도에서 펼쳐지는 일상이 아니라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다른 각도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식의 각도가 아닌, 내 의식의 각도 변화를 말하는 지도 모른다. 잠자는 것을 기도의 시간이라 여기면 기도의 시간이다. 천사가 없다고 믿으면 없는 것이다. 실존이란 것은 눈 밖의 것이기에 정신적 기만행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어느 철학 책의 패러독스에 마음이 간다. 우린 어디에나 있기에 어디에도 없는 존재일지 모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변영희 프로필)
전남 장성, 2010 시에 등단, 시집 (y의 진술) (코르크 물고기 2022)
변영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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