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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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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5회 작성일 23-06-18 22:44

본문

저녁에

=이기성

 

 

    너는 시에 가난한 시체를 초대한다. 그것은 너무 늙어서 이빨도 없고 텅 빈 자루처럼 식탁의 모서리에 쭈그린 채 졸고 있다. 어제와 똑같은 어스름한 저녁. 너는 시인을 초대한다. 시인은 거리의 요란한 폭동을 뚫고 도착한다. 모자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면서. 어제 그는 어떤 낭독회에 참석했다. 어둡고 축축한 실내에서 시인은 어쩐지 목이 아프고 그의 시가 훅, 꺼져버렸다고 생각했다. 탁자 위에서 지루하게 깜박이던 촛불처럼. , 나는 이미 죽은 것인가,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그의 독백을 들어버렸고, 술잔을 탕탕 내리치며 웃어댔다. 시인은 식탁에 엎드려 운다. 이제 말의 광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너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나, 늙은 광대는 지난해에 죽어버렸다. 허옇게 식은 웃음이 회벽에 걸려 있지 않은가. 죽은 자의 자욱한 유머가 거기에 있군. 시 속에서 누군가 기침을 시작한다. 폭동의 시작이다. 어제와 똑같은 어스름한 저녁에

 

   鵲巢感想文

    마치 레코드처럼 일어나는 하루 일상이다. 시에 근접할 수 없는 가난한 시체다. 무엇이라도 먹어야 기운이 있을 것인데 종일 모자에 쌓인 먼지만 툭툭 털었다. 거리는 알면 알수록 더 먼 것 같고 그 폭은 더 좁고 사시처럼 여러 길로 나뉘는 거 같다. 그것이 인생인가! 정말 낭독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만 컬컬하고 마치 죽은 것은 아니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행위와 행동, 나는 다만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식물인간이 아니야, 움직인다고 정오를 향해 촛불처럼 태울 수 있다고 혼자 속삭인다. 길은 어쩌면 단순하다. 나만의 길을 찾는 게 급선무인데 두렵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만 앞을 가린다. 광대는 아닌데 광대처럼 혼자 뛰어놀기만 하고 자욱한 유머가 저 뒤쪽 광막에서 흐른다. 다 차려놓은 식탁이 아니야 손수 얹어 놓은 제물을 빚듯 생동감 있는 저 흐름에서 흐름을 즐길 수 있는 그날까지 회벽을 지우는 일, 이 어스름한 저녁에 오늘도 비껴가지 않고 타자한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말이 있다. 등불을 가까이한다는 말 돈오점수頓悟漸修라는 말도 있다. 한 번에 깨달음을 얻었다 할지라도 아직은 부족(不足)하므로 지속적(持續的)으로 부족(不足)함을 닦아 나가야 한다. 무엇을 잘 안다고 해도 실족은 늘 있기 마련이다. 한 번의 실수가 죽음처럼 닿는다면 무엇 하나 집는 것도 쉽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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