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태양 =전동균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정의 태양 =전동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3회 작성일 23-06-25 21:24

본문

자정의 태양

=전동균

 

 

    이 책은 읽는 자의 운명을 알려준다 갓난 아기의 피로 씌어졌으나 말이 말을 뚫고 혼이 혼을 뚫고 간 흔적만 흐린 얼룩으로 남아있다

    모든 그림자에게 빛을, 빛에게는 그림자를 던져주지만 일곱 개의 촛불을 켠 금요일 밤, 장님이 된 자만 읽을 수 있다 읽는 동안 운명이 바뀌고 마침내 빛이 없는 찬란을 만나 또다시 제 눈을 찔러야 한다

    재 속에서 태어난 물고기 같은 책

    피고 지는 나뭇잎, 연인의 젖은 입술, 부서지는 얼음조각에도 숨어 있는 이 책은 오늘 내 눈물 속에서 울고 있다 웃고 있다 불타고 있다

    한때는 '자정의 태양'이라 불리었던

    당신처럼

    존재하지 않는, 사라지지도 않는


   『3회 윤동주서시문학상수상작품집 (2018.11)에서

   전동균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6소설문학신인상 시 당선. 시집 우리처럼 낯선』『거룩한 허기』『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오래 비어 있는 길. 현재 동의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과 교수.

 

   崇烏感想文

    시의 세계관은 누구를 대표하는 영혼이 아니다. 깨어 있는 자의 빛과 그림자, 가령 물수건 안의 다정함과 쉽게 깨어질 수도 깨지지 않는다면 방치와도 같은 세월만 엮는다. 그 물수건과 마주한 잠시 잠깐의 다정함이었다면 그것은 검은 손이었을까 더듬거리다가 미끄러져 나간 입구에서 출구를 떠올려 보는 일 그것은 수많은 구름 떼에 가장 명확한 음성으로 듣는 가장 확실한 흔적과도 같다. 쉽게 금이 간 얼굴에서 흐뭇한 발음기호가 튀어 오르고 따뜻한 숟가락에서 방금 퍼 올린 호박죽 같은 한 모금이 이 저녁 피고 지는 나뭇잎이라면 그대는 바다 나는 물고기, 그대가 고독을 대표하는 한때 구름이었다면 나는 망치로 한 대 맞은 두부의 세계에서 망각이거나 환각, 부서지는 네 입술에서 더욱더 사라져가는 체취 굳이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지 오해만 쌓여 갔으니까 능멸과 멸시에서 아직도 바라보지 않는 냉소의 빛은 저기요 창문 좀 닫아주면 안 될까요? 일은 끝났으니까 조용히 일어서서 행주로 우선 바닥을 닦으며 창문 밖을 보는 저 인간, 춤추는 별 하나를 그리기 위해 혼돈은 저변에 깔려야 한다는 어느 미치광이가 손짓하고 덩달아 손짓하다가 너 딱 걸렸어 두고 보자든 흰 꽃이 흰 여백처럼 아름다움을 못 잊게 하는 저녁, 너무나 곱고 아름다워서 검은 글씨는 당신처럼 수풀 속 흰 뿔이었거나 늪에 이른 악어였거나 그래 맞아 그건 소의 무기였거나 칼날 앞에 선 목숨이었음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60 1 07-07
416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 05-05
416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2 05-05
416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5-03
416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1 05-01
41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4-27
41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 04-27
41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4-26
416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2 04-23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2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1 11-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