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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녀를 역전에 박아놓았나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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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23-06-28 21:44

본문

무엇이 그녀를 역전에 박아놓았나

=최금진

 

 

역전광장에 앉아 있는 거지 여자의 하루가

신신파스처럼 욱신거린다

멍은 그녀의 오갈든 잎사귀

얼굴과 팔과 가슴에 매달고 그녀는 웃는다

담배를 입에 물고 숨을 쉬며

죽은 새의 영혼 같은 입김을 꺼내놓는다

가끔 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집어먹는 시늉을 하며

추억의 허기로 바싹 마른 여자의 젖가슴이 흔들린다

침을 삼키며 시비를 걸어오는

덕지덕지 피딱지가 앉은 사내의 흐릿한 눈

서로의 추운 몸을 깊이깊이 박아넣고 쉬어가자고

헤헤헤, 남자의 술병에 매달리는 여자의

등 위로 꽁지 뽑힌 비둘기들이 난다

광장에 달라붙은 껌자국처럼 어둑해진 눈으로

오후 여섯시의 시계탑이 그들을 내려다본다

불빛 켜지는 뒷골목마다 깨진 소주병이 퍼렇다

 

   얼띤感想文

    온전치 못한 곳이 이 세상이다. 가난과 세상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 비현실적인 거 같은 현실적인 삶과 고독 무엇보다 소외감으로부터의 싸움 그것은 한 여인이 감당해야 할 숙제와도 같다. 거기에 비하면 죽음은 완벽하다. 여섯 시처럼 꼿꼿하며 시계탑처럼 견고하다. 죽지 못해 이끈 삶을 이미 다 죽어간 사내의 눈과 마주한 지금, 온갖 술수에 균형 잡지 못한 새()만 깊다. 어찌 보면 시 그 자체는 우울한 노숙의 아픔을 전하지만 이를 시적 세계관에다가 빚어놓으면 우습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시인의 술수에 말려 열두 시처럼 좌정하게 만들고 여섯 시 같은 기상이변에 구름만 잔뜩 일기도 한다. 하루가 고단했다면 술병 하나 건네받은 거 같고 하루가 지루했다면 저 젖가슴에 입에 물린 것이겠다.

    시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공수죄괴功首罪魁라는 말이 있다. 공을 세우는 데에서도 으뜸, 죄를 짓는데에도 으뜸이라는 말, 다른 말로 하면 뭐든지 잘한다는 뜻이다. 역전광장 앞 신신파스처럼 욱신거리며 껌 자국처럼 눌어붙는 일에 앞서 무엇이든지 반복적으로 행하는 길이야말로 무엇을 배우는 데는 지름길이 따로 없다. 반복과 실수 실수에서 그 원인을 찾고 다시 또 도전은 등 위로 꽁지 뽑힌 비둘기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물 위를 나는 매서운 매의 눈빛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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