蛇足之夢 =황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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蛇足之夢
=황희순
뱀딸기도 처음엔 달콤했대 이쁘기까지 한 그것이 잘난 체를 넘치게 해서 神이 단맛만 빼앗고 뱀 곁에 뱀처럼 기어 다니게 만들어놓았다는 거야
뱀이 침 발라 놓았다는 그걸 할머니 몰래 따먹었다고 했잖아 맛을 잃은 뱀딸기가 복수한 거야 저를 탐한 어린 내게 덤터기를 씌운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람 시늉을 이토록 오래 할 수 있겠어 이십 년 전에도 말했지 사람으로 둔갑한 나를 아무도 눈치 못 챘다고
모퉁이 들어서야 빛나는 이 비늘, 밤이면
세상을 날면들면, 훨훨 춤추는 긴 목
아직도 모르겠어?
내 눈, 똑바로 보라니까
*시집 『수혈놀이』 (2018. 10)에서
황희순
1956년 충북 보은군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강가에 서고픈 날』 『나를 가둔 그리움』 『새가 날아간 자리』 『미끼』 『수혈놀이』.
얼띤感想文
사족은 있지도 않은 뱀 발이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이며 혹여 일이 있더라도 무용지물이다. 있어도 공공연히 없는 것보다 못함이며 쓸데없이 군일하다가 실패함을 뜻하기도 한다. 뱀딸기는 뱀의 딸기다. 마치 다리고 다려놓은 딸 딸 딸딸한 붉은 반점 그것은 먼저 神이 알아챘으며 그 맛도 神이 먼저 가로챈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화자찬自畵自讚처럼 읽힌다. 그러면 뱀은 불특정 다수의 시 객체다. 이렇게 시를 읽고 오늘 잠시 느껴보는 일도 어쩌면 사족지몽처럼 지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뱀이 침 발라놓는 작업, 그것은 시간에 묻은 때며 꿈처럼 지나간 환상이나 환각에 지나지 않는 또 다른 뱀의 움직임 그 끝은 밤을 향한 자리 대에 이르는 길이겠다. 뱀딸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매우 궁금해진다. 쏜살같이 달리는 차에서 차창을 내리며 손을 살짝 내미는 느낌 그것은 바람결처럼 느껴본 부드러움, 일사천리를 마다하고 흐르는 물속 깊이 잠근 몸뚱어리에 닿는 물의 느낌처럼 살아 있으니까 지나가는 만물의 흐름에서 신이 빚은 한 조각, 龍飛御天歌 龍의 이 비늘 날면 들면 춤추는 긴 목에 불과하겠다. 지금 나는 눈 떠 있다.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이 세계를 어떻게 굴러가야 할지 아니 기어가야 할지 생각한다. 사실 재능이란 없지만, 실수의 사족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그것만이 관건이다. 뱀 목이 날아가는 그 순간까지 세상의 온갖 소용돌이치는 칼날 앞에서 서 있는 이 기분, 역시 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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