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김성신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성게/김성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8회 작성일 23-07-27 15:53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230728)


게/김성신


파도가 울수록 가시를 세웠다
그렇게 살았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

칼끝이 내 속을 깊숙이 찔렀을 때
나의 바다도 도려지고 있었다
몸을 움츠리고 돌아누운 밤이면
집을 잃은 소라게들이 절룩거렸고,

포말을 검은 가시로 채운 나는
결가부좌 한 단단한 산호처럼
인과 연을 뾰족하게 세우기 시작했다

물속에 가라앉던 날들을 생각한다
모래와 비바람으로 젖은 입을 틀어막고
헛된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그 무엇도 헛되지 않음을 비로소 알았을 때
가슴부터 발바닥까지 질펀한 갯내가 뿜어졌다

노란 알들이 오래전 당신의 얼굴 같다
그것은 비릿하고 또한 담백하다
뼈 없이 금 간 여름날들이 천천히 오므라질 때
비로소, 번민임을 알겠다

견딜 수 있느냐, 는 선문답에
입속에 박힌 혀를 내밀며
나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면 해풍을 타고 온 붓다가
우니~ 우니~ 하고 불어온다


(시감상)


밤송이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율구합, 승률구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성게. 표피에 가시가 돋아있다는 말은 내면이 부드럽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공격하기 위한 가시가 아닌, 방어하기 위한 가시, 우리가 때론 날카로워지는 것은 상대를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대를 잘 대하는 방법은 한없이 부드럽게 감싸 안고 다독거리는 것이 인생이다. 가시 돋친 상대의 가시만 보지 말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가시는 표피일 뿐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성신 프로필)

전남 장흥, 불교신문 신춘문예, 문학박사, 2023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 선정, 한국 해양문학상 수상, 시집(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25a28128a8c1962b6cc3634f060254cc_1690440777_99.png
김성신 시인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7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7 1 07-07
416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0 15:11
41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4-27
41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 04-27
41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 04-26
416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1 04-23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2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2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 11-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