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에 오르다/ 고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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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2회 작성일 23-08-17 12:58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818)
암자에 오르다/ 고선주
- 마음속 집
가파른 삶을 끌고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그 암자
세상은 크기로 사는 게 아니야, 라고 가르쳐준
절벽 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부좌 틀고 앉은, 아담한 암자의 법당에는
온 생애 얼굴의 윤곽조차 보여 준 적 없는 바람
제대로 반죽되지 못한 한낮의 구름
정작 메말라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어느 오후의 비
속이 허기진 새벽의 눈발
화가 많이 난 야밤의 천둥과 번개
꽃이 되지 못하고 뒤만 서성인 오전의 꽃가루들
낮 동안 강렬한 햇빛 아래 나갔다가
녹초가 돼 해질녘 돌아온 그늘
가을인 줄 모르고 온종일 지상으로 뛰어내린
나뭇잎들이 모여 있었다
해와 달, 그리고 별은
오늘도 오지 못했다
(시감상)
시를 읽으며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암자는 산속에만 있는 것일까? 바람과 속이 허기진 눈발과 천둥과 번개, 그리고 그늘, 그 모든 것들이 암자에만 머물러 있다 가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암자는 내 마음속에도 있다. 마치 함석헌의 (골방)과 같은 마음속 암자에는 4계절 내내 모든 것이 자라고 있었다. 어떤 계절과 어떤 그림을 꺼낼 것인가 하는 것은 온전하게 내 선택의 문제였다. 세상은 크기로 사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一切唯心造다. 내 마음속 암자의 이름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고선주 프로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집(꽃과 악수하는 법)(밥알의 힘)(오후가 가지런한 이유) (그늘 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문화 전문 기자
고선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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