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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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김은지
나는 시집을 한 권 샀다 그리고 읽지는 않고 넘겼다 포커카드를 섞기라도 할 때처럼, 글자가 아니라 유람선에서 잔잔하게 빛나는 물결이라도 보는 듯이 그런데 시인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나는 한 문장도 읽지 않았지만 이 시인을 안다고 느꼈다 그랬기에 책날개로 돌아갔고 이 시인의 국가를 확인해본 것 태어난 곳과 쓰는 언어와 지금 사는 곳이 다 다른 시인의 국적은
얼띤感想文
나는 이 시집을 읽지만, 사실 읽었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시인이 말한 것처럼 단어로 포커카드 치는 것처럼 유람선에서 잔잔하게 빛나는 물결이라도 보는 것처럼 대하지는 않았을까, 사실 관심이라곤 내 안에 든 또 다른 인간의 감정이겠지만 어느 쪽도 몸 기울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좌익도 우익도 아무튼 관심이 없고 오로지 지금 사는 이 생활에서 도둑질은 안 되겠고 그렇다고 힘들게 무언가 할 엄두도 안 나는 나이 국적이랄 것도 없고 쓰는 언어와 사는 곳 또한 크게 관심을 가져본 일 없었던 것처럼 이 고장 사람인 양 여태껏 나는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테두리 그건 여권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여권에서 내게 배달된 어느 시집, 어느 시 한 편 골라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관심 아닌 관심으로 내 마음만 엿보는 중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날씨는 맑았고 삼시세끼 혼자 잘 챙겨 먹었고 가을 냄새 풍기는 은행 알 곳곳 보았다고 일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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