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표범 한 마리 / 박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회 작성일 23-10-05 08:46본문
마음이라는 표범 한 마리 / 박서영
표범은 그와 나 사이의 일주문이다
우리는 그곳을 통과해 서로 만나곤 한다
야수성을 가진 마음이 직립으로 서 있다
왜 마음은 휘어지지 않는 것일까
납작하게 짓눌러지지 않는 것일까
온몸에 풍랑을 그린 짐승처럼 바람이 분다
허공에 바람의 무늬가 구불구불하게 새겨져 있다
낙동강 가의 모래밭처럼
사하라 사막의 모래 능선처럼
마음은 왜 바싹 타서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펄떡이는 풀밭 위를 달려가는
마음이라는 짐승 한 마리
앉아 있는 마음이 달려 나가는 마음을 붙잡는다
내 몸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다
불길한 짐승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마음에 바람이 분다
표범의 등줄기가 꿈틀거린다
표범은 일테면 그와 나 사이의 일주문이다
언제부터 내 안을 들락거리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마음으로 둔갑해
내 몸에 들앉게 되었는지 그건 나도 모른다
시집<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중에서
얼기설기엮기
일주문은 문짝이 없다. 어떤 물리적인 통제가 아닌 마음의 문이라는 것이다.
그곳을 지나 절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 역시 마치 세속의 더러움을 털어 버리고 자신의 깊숙한 내면의 문을 또 하나 여는 것이리라.
직립으로 서 있는 마음은 이성이 강하게 지배하는 공간에서 한 마리 야수처럼 미쳐 날 뛰는 감성에 목줄을 달아 놓는 어쩌면 차가운 이성만을 남겨 놓는 잔인한 것 인지도 모른다. 표범의 무서운 이빨과 아가리를 통해서만 만나는 마음이 지금도 일주문을 희멀쓱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마음의 안온함을 잃은 까닭이다.
그런 무서운 일주문을 지나 우리가 만나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