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 효과/이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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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3-11-03 14:56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3/11//03)
관찰자 효과/이정모
순서는 돌아오고 삼차원은 몸살을 앓는다, 목련의 삼일 천하 세월의 방식이 남루해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빗소리의 가난 같은 것을 발견한 후에 더 깊어졌다 일을 치른 그 공허의 무게에 이끌려 한참을 쳐다봐도 한결같은 비의 질서에 비해 염치없는 짓이다 한순간 꽃의 멸망은 잊고 순백의 하루를 더 견딘들 빈집처럼 보이는 나무, 시간이 떠나는 법은 바뀌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싶은 것들만 떠나려는 물방울에 모서리를 만들고 있다 손 놓고 은신 중인 내 사랑은 택도 없다 어눌한 다른 봄을 노리고 있다는 말도 들렸다 운용할 눈을 못 찾고 삐걱거리는 관찰자만 있게 한다 그러나 강물을 앞세우는 심정으로 다시 들으니 나를 두드리는 가슴의 탁란을 듣게 되었다 이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이슬이 비친다는 말, 목숨이 살을 분별하여 세상에 내어놓는 방식 말이다 뿌리에서 올라온 물이 기어이 첫 봉오리에 닿는 날, 하늘이 햇볕을 보내는 건 마땅하다 우주의 질서는 시간처럼 정확해 간 뒤의 순서가 온 것이지만 나는 늙고 격의 효과는 살아 있다
(시집/ 백 년의 내간체, 27쪽)
2023.11.03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시를 감상하기 전, 고 이정모 시인의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다. “독자에게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오체투지였다. 좀 더 다른, 나만의 시로 가는 길에는 나귀도 마방도 없었다.” 오체투지의 심정으로 시를 쓴다면 이런 시를 쓰게 될 것이다. 나를 두드리는 탁란의 소리도. 우주의 질서는 시간처럼 정확해 간 뒤의 순서가 온 것이지만, 이라는 행간도, 모두 영혼이 나를 불러내는 소리이며 동시에 세상을 관찰하는 시인의 눈썰미를 가늠하게 한다. 시감상 보다는 고인에 대한 이력을 잠시 소개한다. 2023년 10월27일 오후 10시쯤 운명하신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 중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결구처럼 나는 늙고 격의 효과는 살아 있다고 한다. 격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그것을 남겨 두셨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정모 프로필)
강원 춘천, 월간 심상 등단, 부산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아르코 문학 창작 지원금, 시집 『허공의 신발』『백 년의 내간체』2023.10월 소천
고 이정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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