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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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회 작성일 23-11-06 17:55본문
성게 / 박서영
슬픔은 성게 같은 것이다
성가셔서 쫓아내도 사라지지 않는다
무심코 내게 온 것이 아니다, 내가 찾아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성게가 헤엄쳐 왔다
온몸에 검은 가시를 뾰족뾰족 내밀고
누굴 찌르려고 왔는지
낯선 항구의 방파제까지 떠내려가
실종인지 실족인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심장
실종은 왜 죽음으로 처리되지 않나
영원히 기다리게 하나
연락두절은 왜 우리를
노을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항구에 앉아있게 하나
달이 들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 있게 하나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이 뚜렷한 글씨를 쓸 때까지
물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하나
기다리는 사람은 왜 반성하는 자세로
사타구니에 두 손을 구겨넣고는 고갤 숙이고 있나
꽃나무 한 그루도 수습되지 않는
이런 봄밤
저, 저 떠내려가는 심장과 검은 성게가
서로를 껴안고 어쩔 줄 모르는 밤에
얼기설기 엮기
저 떠내려가는 심장 속에 시간은 뽀족한 시간이 되어 여즉 우리를 찌르고 있는......
빗소리가 흐느끼는 어느 항구에 어느 집 문틈에 불이 켜지지 않는 그리움이 찾아 왔
다. 반복을 눌러 놓은 빗소리는 슬픔을 쫒아가기에 벅찬 울음을 내 뱉으며 달려가고
난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을 버릴 곳을 찾아 저 빗속을 헤매고 있는.
당신은 없나요 당신은 진정 없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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