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 박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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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1회 작성일 23-11-10 10:11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3/11/10)
뒷간/ 박창민
여긴 남은 꼬리마저 떼려고 들어가는 절간입니다
쓸데없는 냄새 하나도 없다며 구린 속은 다 나옵니다
생각도 말도 걸러내어
얼굴빛 밝게만 나오면 황금빛일수록 좋겠다 합니다만
볼일 없이 나오는 빛깔들 없습니다
속 다 주워 담아 모으는 곳입니다
밖으로 들고나가면
호박이 크고 상추가 자라고 개똥쑥이 되는 경전입니다
몸 가난한 환자에겐 밥이 보물이 되는 까닭
마지막까지 힘주고
애들이나 어른 따지지 않고 생산하는 비움입니다
느리지만
목탁 소리 아래서 짙게 올라오지 않습니까
아침부터 “펄떡” 깨우치는 바닥입니다
*2023 시집(안개가 된 낱말 32쪽)
*2023.11.10.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가장 꺼려 하는 곳이면서도 가장 필요한 생리 수단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곳. 생명의 순환계가 만들어지는 곳, 호박이 되고 상추가 되고 다시 배출되는 자연의 섭리가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곳이 뒷간이다. 삶은 별것 없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그게 최고의 인생이다. 얻으려고 하지 말고 버리려고 노력하라는 노스님의 말씀에서 경전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 하루 중 가장 진지해지는 시간이 뒷간의 시간이다. 힘을 줄 때마다 나는 버리는 중이라며 해탈의 순간을 흉내 내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창민 프로필)
부산, 창작 21 신인상, 2023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 시 부문 선정, 시집(안개가 된 낱말)
박창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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