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서/김황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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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회 작성일 24-04-12 09:35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40412)
절집에서/김황흠
부처님은 안 계시고
문턱 턱 베고 누운 누런 개가
심드렁히 코를 곯고 있네
텅 빈 놋그릇엔
햇빛만 마지못해 차 있고
먼 바람 소리는
풍경하고나 자처 울며 노는데
그런 거 아닐까 삶은
무주공산의 저
문턱을 번질나게 넘으며
부처 대신
개가 핥고 난 가난의
놋그릇이나 훔치어보는 것
그 속에, 기울어가는
햇빛 몇 올로 갇히는 것
(시감상)
무언가에 집착하여 그것을 쫓다 보면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은 가끔 무언가가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알게 될 때가 있다. 목표를 갖는 것은 그것이 목표에서 끝날 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결과물에 천착하게 되면 힘들고 바쁘고 아프다. 눈에 보이는 것에 만족하고, 거창한 의미가 아닌 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고마워하는 소박한 시간이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본문의 부처 대신 개가 핥고 난 가난의 놋그릇이나, 그 속에 기울어가는 햇빛 몇 올로 갇히는 것. 햇살 한 줌 손에 쥐고 봄을 몽땅 움켜쥔 듯한 표정으로 정오에 기대보는 것. 행복이라면 행복이다. 부처님 안 계신 절집에 부처만 계시는 듯.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황흠프로필)
전남 장흥, 2008년 (작가) 등단, 시집(숫눈) (건너가는 시간) (책장 사이에 귀뚜라미가 산다) 시화집 (드들강 편지) 외 다수 공저
김황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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