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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편지 - 泉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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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9회 작성일 24-05-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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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편지 / 천수(泉水)

          오래전 반으로 접어둔 한통의 편지

소인도 우표도 찍히지 않은 편지, 아직 아무에게도 붙이지 않은 편지 편지봉투엔 편지대신 꽃씨 한 줌 담겨있는데 이제 보니 이 꽃씨를 잊고 지낸지 몇 해인가? 새 봄에 심겠다고 몇 해 전 꽃씨를 받아두었던 것인데 이 꽃씨들에겐 그동안 수감의 계절이 스스로 뚫을 수 없는 수막(髓膜) 같았겠지 간극의 시간에서 떨어져 나온 음표나 기호처럼, 어두운 표층에 갇혀 햇살 위로 생명 음악을 퍼뜨리지 못한 종(種)처럼 단절된 연대기를 꿈으로만 달려왔을까? 그 꽃이 그 꽃이라고 계절마다 길에 흐드러진 그 흔하디 흔한 꽃이라고 올 가을에도 코스모스 꽃들은 피어서 한껏 고개를 한들거리지만 나는 다시 습관처럼 꽃씨 한줌 받으려다 이미 예전에 받아둔 꽃씨를 발견하고는 소인도 우표도 없이 보낸 이와 받는 이의 주소도, 이름도 없이 낙적(落籍)으로 발견된 내 불온한 치매, 과거의 불통(不通)을 열어 미안한 마음으로 꽃씨를 꺼내 새로 쓴 편지처럼 길가에 수취인 없이 날린다 내년엔 흙냄새 맡으며 이 꽃씨들 모두 활짝 핀 꽃으로 날아오라고


<감상 & 생각> 


편지 대신 꽃씨 한 줌 담겨있는, 편지봉투... 

그건 어쩌면, 오랜 세월을 두고 개화開花를 기다리는 화자話者의 아픈 꿈인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시인의 특수한 체험과 관련있는 '진정성'은 그 어떤 아픔을 의미할 수도 있겠으나, 

그 아픔은 시인의 것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편적 아픔일 수 있기에 소중한 것이겠다 (시에 깃든 진정성으로 인하여) 


시적 상상력 속에서 '꽃씨'라는 대상에다 시인 자신을 투영投影하여 형상화한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다 

또한, 시를 많이 써 본 분이란 느낌 (개인적 느낌) 

시 속에 배어드는 상황, 그 무리없이 뵈게끔 쓴 시적 기법을 보자면 그렇단 생각이다 


시 속에 배어있는, '꽃씨 같은 소망'과 함께...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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