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귀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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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귀
=이장욱
월요일에는 누구를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금요일에는 누가 죽었다. 그것이 같은 사람이었다.
화요일에는 이상한 단어들과 조금씩 친해졌지. 텅스텐 투발루 부재시문앞 그리고 생활 세계의 식민화
수요일의 우울이 전화를 걸어와서 목요일의 우울이 두렵다고 말했다. 암세포와 총선 패배와 형이상학의 세계에서
오늘은 그레고리오성가와 응급 사이렌이 구분되지 않는군요. 잠든 것과 깨어 있는 것이 동일해. 당신은 영영 떠난 뒤에 식사 시간마다 돌아왔는데
오후만 있는 일요일. 오늘은 노래가 좋아서요. 저는 텅스텐처럼 아무것도 체념한 적이 없는데요. 기사님, 기사님, 택배 기사님, 부재 시에는 그것을 문 앞에
생활 세계의 토요일에는 눈이 내리네. 금요일에는 조금씩 잊혀지고 목요일에는 우리 집이 어딘지 모르겠어.
나는 바다 위에 내리는 눈송이들을 바라보았다. 수요일의 우울이 그것을 투발로라고 불렀다. 나는 먼 곳에 도착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다른 음악이었지.
오늘은 이상한 단어들과 친해졌어요. 침잠 미슬토 요추천자 그리고 신유물론
화요일 아침에 깨어났는데 지상에서 사라진 사람이 무어라 말을 했다. 월요일의 귀가 그것을 간절하게 간절하게 듣고 있었다.
얼띤感想文
시인 이장욱님의 시집 ‘음악집’을 사서 우연히 펼친 한 수의 시가 ‘월요일의 귀’였다. 물론 이 시는 몇 행과 몇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냥 읽기 편하게 작가의 동의 없이 문장으로 나열했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이 시는? 난해하기 그지없지만, 먼저 와닿는 느낌은 동양의 철학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같은 것이었다.
음양陰陽으로 말하자면 월요일과 일요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음양陰陽이라면 햇볕이 드는 쪽 세계관을 일日로 한다. 그 반대쪽은 음陰 즉 월月이 된다. 그러고 보니까 태극을 연상케 한다. 돌고 도는 낮과 밤의 세계 그것은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균형으로 나가려는 우주의 원리 같은 것이다. 오행설五行說을 들자면 목요일, 화요일, 토요일, 금요일, 수요일을 들 수 있겠다. 木.火.土,金.水. 음양陰陽의 주위에서 목에서 새싹이 자란다면 화에서 꽃이 피고 토에서 열매가 맺으면 금은 수확의 의미로 닿고 수에서 열매가 썩어 씨앗으로 남으면 다시 목에서 새싹이 자란다. 물론 이 시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목,화,수,금,토를 논한 것은 아니지만, 돌고 도는 어둠과 낮, 깨어 있음과 죽음 그리고 녹슬지 않을 것 같은 자아의 개념(텅스텐) 뒤에 오는 투발로 마치 뚝 떨어져 있어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섬 같은 존재를 표현했다.
시의 용출涌出과 시의 발산拔山, 시의 전환轉換과 시의 수렴收斂, 이에 따른 시의 응축凝縮 시 오행의 과정이다. 침잠沈潛,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해보았을 때, 항암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는 미슬토는 겨우살잇과에 속하는 반기생 관목, 겨우살이처럼 하지만 암적인 이 지긋지긋한 생활의 탈피에서 오는 요추천자腰椎穿刺 핵을 알지 못하고 핵에 꾹 눌러 하루 꽂혀 본국과 다른 차별적 지배를 받는(植民) 이 시간, 신유물론적 궤변 같은 시 감상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시 잘 감상했다.
문학과지성사 이장욱시집 '음악집' 39p-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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