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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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기 / 정용화
불길한 음악이 스며든 문장에서 비가 흘러
내린다 느린 리듬을 물고 철새들이 저녁을 이
탈한다 빗속에서 겨울이 쓸쓸한 등을 보인다
등이란 온갖 진실의 피난처다 저렇듯 멀져가는
등은 슬픈 제목이 달린 풍경이다 새의 이름을
하나씩 발음 할 때마다 허공이 생겨나고 자란다
낯설지 않은 문장인데 나조차 나를 읽을 수 없다
몸 속으로 구름이 스며든다 간절기에 내리는 비는
내 몸이 잃어버린 문장이 흘리는 눈물이다 수평선
을 너무 오래 읽어서일까 구름이 저녁을 끌고 오는
날이면 눈동자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 안녕을 전할
수 있는 이별이란 얼마나 다행인가 어떤 언어는 이
계절 밖에서는 잘 읽혀지지 않는다
#, 짧은 느낌
청보릿대 뽑아 피리불던 초록 시절
보랏빛 가슴 속 소금쟁이로 떠다니던 시절
거미줄에 걸린 늙은 나비는 천둥치는
새벽 하늘이 텅 빈 허공임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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