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 =서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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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
=서대경
요나, 들어보렴, 검은 밤 검은 나뭇가지, 도로의 불 밝은 곳으로, 우리의 죽음이, 긴 꼬리를 끌며, 어둡게 반짝이며, 멀어져가고 있어, 그해 추운 겨울, 갈 곳 없던 우리는 순환선 열차를 타고서 밤새 도시를 떠돌았지,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멀리 우뚝선 철탑 위로 새까만 어둠이, 날갯짓하는 새처럼 몰려들곤 했었어, 눈 감으면, 은빛 가시처럼 쏟아지던 잠, 우리는 온기를 뺏기지 않으려,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병든 병아리 같았지, 졸음과 추위 속에서, 서로의 손 더듬어 찾으며, 그날 밤은 왜 그리도 길었을까, 수많은 역들이 흘러갔어, 허연 김을 내뿜으며, 차량 문이 열릴 때마다, 너는 내 품속에서 놀라며 깨어나곤 했지, 여기가 어디지, 너는 속삭였어, 그러면 나는 너의 귀에 속삭였지, 요나, 들어보렴, 서로의 잠을 들여다보며, 너와 나는 요나가 되어, 시간의 푸르스름한 숨소리를 들었지, 우리는 졸렸고, 우리는 깨어 있었고, 우리는 그 뒤로 달이 지나가는 구름처럼 환했어, 요나, 어두운 요나, 나부끼는 잠, 너는 듣고 있었지, 요나, 들어보렴, 그날 밤 천사의 눈처럼 우리를 응시하던 대기의 정적, 너의 눈 속으로 뻗어나가던 검은 나뭇가지, 대합실의 추위, 선로의 호각 소리, 숱한 터널의 어둠 속에서, 너는 눈을 떴고, 너는 나를 바라보았고, 요나, 너는 손을 뻗어 나의 눈을 만졌지, 어둠 속에서, 요나, 너는 미소 지었고, 나는 눈을 감았지
PIN 047 굴뚝의 기사 서대경 시집 12~13p
얼띤感想文
다나, 일어나보라, 장막을 걷고 저기 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기지개를 켜 보라, 아니 기지개를 켜듯 다시 돌아가 눕고 싶은 이 긴 피곤을 끌며, 상처를 보듬고 싶구나! 종일 서 있었던 발꿈치를 위해서 밤새 리듬이 되었던 순간의 아름다움을 새벽 종소리에 맞게 섞은 이때 쌍둥이의 유전자처럼 쏟아지는 하품, 그것을 다만 숨기고 돌아가 눕고 싶은 이 긴 피곤을 묻으며 다시 눈 감고 싶구나 다나, 일어나보라, 이 더러운 바닥을 닦으며 그래 한차례 닦아 지내며 지난 그 시간은 닦지 말아야 할 것도 있었다는 것을 손바닥 파고드는 굳은살에서 견디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잠시 다녀간 얼굴을 떠올리면서 한 잔의 드립을 친다는 게 그게 가당치도 않았다는 것을 이번 생은 망했어야 다나, 그래 이제는 일어나보라, 거름종이를 털며 분쇄된 가루를 얹고 다시 물을 데워야 하지 않겠니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 네 꿈속에서 숲은 그만 지우고 싶구나 다나, 이 장마가 지나면 다시 웃자랄 풀밭을 생각하며 깎을 겨를도 없으니 깨끗한 거리를 생각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겠지. 지난날, 뒷마당을 정리하며 예초기를 돌릴 때 진동이 너무 심했잖아 이건 아니다 싶어 시동을 끄긴 했지만,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고 모르는 이유가 다른 이유를 부르는 일은 없었으니 다나, 이제는 일어나보라 한 잔의 드립 속에 진정 내리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관심을 조금이나 가졌습니까? 자살하지 않게 풍경을 그리기는 하였습니까? 그때 네게로 건넨 공허가 그렇게 긴 상처로 남았을 이 일을 두고 나는 영원히 지울 수 없겠지 다나, 이제는 일어나보라. 일어나 함께 눕고 싶구나 이 기나긴 여름을 끝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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