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든 잎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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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든 잎
=이병률
32일까지는 고백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첫사랑은 그 사람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답니다
그때도 나중에도 자책은 마십시오
얼띤感想文
32일까지는 고백을 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내가 성공하고자 한다면 부푼 달처럼 부푼 달만큼 부푼 달까지는 퍼 담아야 한다. 그 한 달, 달은 이상향이며 목표지다. 한 달은 보통 31일로 시인은 그러면 왜 32일이라는 숫자를 썼을까? 그건 말이다. 한 달이 아니라 그 이상 내가 목표한 거보다 좀 더 나은 위치까지의 설정이다. 그러니까 간절함이 배였다고 보면 된다. 하기야 단 몇 시간만으로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건 천재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단순 일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다. 내 평생 어떤 직업적 특성을 가진 일이라면 갈고닦아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셈이다. 이를 굳이 문자로 표현하자면 절차탁마切磋琢磨다. 가령, 내가 용접기사가 되겠다면 한두 번의 용접으로 될 순 없듯이 여러 회 시행착오만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이행하듯이 그래야 다음 별로 이동할 수가 있겠다.
첫사랑은 아날로그다. 현대는 디지털 시대다. 시 쓰는 이, 굳이 시인만의 일이 아니듯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이 즐기며 읽고 쓴다. 다양성은 내 존재를 깨우치는 일이며 생존을 보장하는 일이다. 커피는 드립만이 있는 것이 아니듯 순간 찰나로 가는 에스프레소도 있다는 사실, 그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 그 하나를 정복하는 일, 딱 32일이다. 한 개의 달에서 오는 이상향에서 그 하루를 보태는 힘 끈질긴 악착齷齪이며 몰입할 수 있는 어떤 근성芹誠만이 내 삶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1 이병률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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