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最善) =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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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最善)
=김수우
아침 영롱한 거미줄, 창틀과 깨진 화분을 잇고 있다
무한 서사를 퉁기는 외줄 우주, 명랑하다
내가 만든 커다란 먼지들이 거미줄 타고 논다 나를 본다
풀렁풀렁 구르는 투명한 몽당발들
한순간, 문득, 툭,
끊어질 평생을 알아 최선으로 빛난다 칡덩굴이 아니라
절대 찰나에 끊길, 끊어져야 하는 영원을 보았기에
최선으로 빛나는, 빛나야 하는, 미치는, 미쳐야 하는
최후, 찬란한 지도 한 장
얼띤感想文
최선(最善)은 가장 좋고 훌륭한 일, 그러니까 온 정성으로 온 힘으로 다한 일이다. 시인은 아침 영롱하게 빛나는 거미줄에 하루 성찰한다. 창틀과 깨진 화분을 잇는 거미줄, 거미줄에 동글동글 구르는 아침이슬에 최선의 양식, 그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지도 한 장과 같다. 지도가 무엇인가? 남을 이끄는 것, 그것은 어떤 목적성이 부과되며 방향성을 머금고 있다. 또한, 지도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을 일정한 비율로 압축 축소한 평면적 기호 상태,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이 땅덩어리다. 우주 통틀어 보아도 생명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행성, 이 안에서 주어진 생명을 다하는 일이야말로 최선(最善)이다. 그 최고의 방법을 시인은 지금 말하고 있다. 창틀과 깨진 화분을 잇는 거미줄에서 창틀, 세상을 연결하는 시적 장치와 깨진 화분 즉 삶의 고뇌와 번뇌에 휩싸인 중생을 잇는다. 거기에서 영롱한 눈빛과 같은 아침 이슬은 그야말로 맑음이자 최선이다. 그것처럼 걸어왔고 그것처럼 걷고 싶다. 내가 만든 커다란 먼지들이 거미줄 타고 논다. 세계는 점점 네트워크화하고 나의 존재는 그 네트워크 속 하나의 접점으로 우리의 신경계를 비유하자면 시냅스에 해당할 것이다. 시냅스의 건강함은 온몸 온 우주를 비추듯 내 이웃을 감싼다. 하루가 느껴서 움직이는 움직임이 감동으로 잇는 삶, 이러한 생명도 유한하기에 시인은 절대 찰나에 끊길, 끊어져야 하는 영원으로 보았다. 거미줄에 맺힌 이슬처럼 똑 떨어지는 게 인생이듯 그 이슬방울 한 방울처럼 구체나 다름없는 생명수 더 나가 불교적 사리에 가까운 어떤 시인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겠다. 오늘 아침은 최후, 찬란한 지도 한 장을 나는 보았다. 도대체 나의 삶은 무엇인가? 거미줄 하나가 여리고 가늘기까지 하다.
실천시선 240 김수우 시집 몰락경전 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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