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자연 1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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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자연 1
=김상혁
아이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봤다 그를 차에 태우고 오면서
잿더미 된 숲을 보듯 나를 보는 모습을
그리고 아내에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불타는 곳에 남은 건 우리 둘뿐이라는 걸
놀라운 자연이 인간에게 가르친 것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하나 남은 나무의 그늘 밑에서 바라본
한밤은 훨씬 밝고 더 나은 곳이었다
얼띤感想文
시제가 ‘놀라운 자연’이다. 시의 앞뒤 정황으로 보면, 저녁이다. 저녁이라 하면 해가 저문 상태다. 갑골문으로 표기하자면 석夕,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죽을 사死자의 부수자는 살을 발라낸 뼈, 알歹이지만, 저녁 석夕자가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놀라운 자연은 어떤 감동의 물결이자 경이로운 상황, 깜깜한 것이지만 빛 같은 어둠을 상징하는 말이다. 말이 안 되는 거 같아도 어떤 깨침을 생각한다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아이는 검정을 상징한다. 의인화다. 어떤 글이나 문장 같은 것이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분명 신처럼 깨쳤고 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말씀이 잠시 빛처럼 왔다가 가버린 것이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봤다. 그를 차에 태우고 오면서, 아무래도 시인이니까 시집을 늘 끼고 다녔을 것이다. 잿더미 된 숲을 보듯, 즉 아이와 나와의 순간적인 사랑을 아이라는 개념에서 더 서술형으로 풀어 비유한 것이 된다. 그러니까 아이가 정형화된 어떤 물질이라면 잿더미 된 숲은 정형화된 어떤 물질에서 이지러진 상황이 될 것이며 아이와 다르지만, 아이의 물질과도 서로 닮았다.
아내에게 말할 수 없다. 물론 아이가 있고 그러면 부모 생각에 그 엄마처럼 느껴지겠지만, 아내는 내 속을 일컫는다.
불타는 곳에 남은 건 우리 둘뿐이라는 걸, 히히 어떤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불타는 가슴으로 서로를 느끼면서, 영원토록 향기로운 우리의 사랑이여 철없던 사랑이다. 여기서도 사랑이다.
놀라운 자연이 인간에게 가르친 것, 그러니까 자연은 영적인 세계며 노자가 말한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와도 같다. 하는 게 없어 보이는데 안 하는 것이 없는 게 자연이다. 이를 느낀 건 인간이다. 인간의 눈으로 순간 빛처럼 깨달음이 있었고 성찰 역시 인간이 하는 것이다.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나 남은 나무의 그늘 밑에서 바라본 한밤은 훨씬 밝고 더 나은 곳이었다. 자아를 빗대어 놓은 일 하나 남은 나무, 역시 식물이며 초록이다. 한밤은 훨씬 밝고 더 나은 곳이었다. 성찰로 인한 심리적 안정과 꿈의 이행이 있으므로 시인의 본분을 찾을 수 있겠다. 물론 시인이 아니라도 이 글을 읽고 다른 뜻으로 성찰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문학동네시인선 192 김상혁 시집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0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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