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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없는 마을 =이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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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4회 작성일 24-07-09 21:27

본문

문패 없는 마을

=이성률

 

 

    자정 무렵 을지로 지하도 간이 둥지를 마련하는 사람들 박스 덮고 팔다리 개켜 넣는다 서울에서 문패가 가장 겸손한 마을 지붕마다 노랗고 붉은 과일 익어 간다 1호집 지붕엔 충주 사과 2호집 지붕엔 제주 감귤 3호집 지붕의 성주 참외 4호집 지붕의 강화 단감 좌판 즐비한 팔도 야시장이다 자정이 넘어도 귀가할 줄 모르는 아내와 아들이 사시사철 출가한 집 어둠 속 앙상한 손마디 움찔움찔 방문을 열고 거실의 시계 본다 아들 마중을 나가고 출근을 하고 마트와 중국집 나란히 간 운동화 셋 어디서 길 잃었을까 또박또박 섣달그믐을 입고 오는 대문 밖 인기척 눈먼 그리움 쫑긋 귀를 연다 백 년 만의 한파 몰려와 허기진 장터 꽁꽁 북적대는 밤 웅크린 뼈들이 눈꺼풀을 달싹인다 쿨럭! 사레 걸리는 살얼음 꿈길

 

 

    시작시인선 0430 이성률 시집 긴 꼬리 연애 72-73p

 

 

   얼띤感想文

    시제 문패 없는 마을은 시 객체를 전적으로 상징한다. 물론 문패는 문패門牌처럼 읽어도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문패文貝 무늬가 있는 조개, 그것이 없는 마을이 오히려 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시 전문의 내용은 한 가정의 다복한 생활상이 그려져 있지만, 문장 하나씩 뜯어보면 시 객체를 위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자정 무렵 을지로 지하도, 깜깜한 자정이라는 시적 배경과 갑지로가 아닌 을지로 그 지하도다. 무언가 밝지 못한 어둑한 배경의 조성 그리고 을은 십간에서 보면 갑보다는 차선임을 볼 때 무언가 뒤따르는 이미지가 앞선다. 간이 둥지를 마련하는 사람들, 간이는 고정된 것과는 다르다. 임시로 가설한 것이자 폐기처분인 가능하다. 박스 덮고 팔다리 개켜 넣는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지만 무언가 대신하여 일을 처리하는 느낌마저 든다. 팔다리는 신체 부위를 뜻하지만, 어떤 하부조직을 이를 때 비유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서울에서 문패가 가장 겸손한 마을. 서울은 시골에 비하면 중심이자 핵심이며 여기서는 시 주체로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자화자찬自畵自讚. 지붕마다 노랗고 붉은 과일 익어간다. 다시 또 시 객체를 묘사한다. 학도들의 어떤 시학에 대한 열풍을 떠오르게 한다. 과일은 過日처럼 보는 것도 괜찮겠다. 1호 집은 사과, 2호 집은 감귤, 3호 집은 참외, 4호 집은 단감이다. 사과는 謝過로 감귤은 밀감으로 참외는 참회 단감은 단감이겠다. 좌판 즐비한 팔도 야시장이다. 좌판(죽음, )은 우판(, 생활)과 대치하며 즐비한 것은 엉성한 것과 대치된다. 팔도 야시장은 난전보다 뭔가 짜임새 있고 꽉 찬 기분이 든다. 자정이 넘어도 귀가할 줄 모르는 아내와 아들이 사시사철 출가한 집. 아내가 내 속 같으면 아들은 역시 나의 팔다리처럼 하부조직이고 어둠 속 앙상한 손마디 움찔움찔 방문을 열고 거실의 시계 본다. 움찔움찔은 몸을 굼뜨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으로 뭔가 힐끔거리며 낚는 느낌마저 든다. 거실의 시계는 거처하는 방 즉, 시 객체가 지금 머무는 방이며 시계는 視界 내 보는 시야다. 아들 마중을 나가고 출근을 하고 마트와 중국집 나란히 간 운동화 셋 어디서 길 잃었을까. 마중과 출근이라는 표현도 참 재밌게 쓴 표현이다. 시측 주체와 객체, 주거니 받거니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게 던져보는 화술이다. 마트가 정형화된 교본즉 우리 것이라면 중국집은 이방인임은 틀림없고 아들과 아내와 그리고 나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볼 때 운동화 셋은 마땅하겠다. 또박또박 섣달그믐을 입고 오는 대문 밖 인기척 눈먼 그리움 쫑긋 귀를 연다.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저문 해를 상징한다면 분명 떠오른 해가 암묵적으로 있는 것이며 대문 밖 인기척에다가 눈먼 그리움 쫑긋 귀를 열어보는 것은 월척이 아닐 수 없겠다. 이때 이백이나 두보가 이를 봤다면 소주 한 잔 나누었을 것이다. 그들도 부럽지 않은 시선이겠다. 백 년 만의 한파 몰려와 허기진 장터 꽁꽁 북적대는 밤. 한 인생사 백 년 겨울이자 거울 같은 시 그 견고함으로 장터 북적대는 밤이라면 웅크린 뼈들이 눈꺼풀을 달싹이겠지. 뼈와 눈꺼풀 검정을 상징하고, 다시 깨어난다면 꿈길 같겠다. 내 영혼이 부활하는 만큼 시인의 영광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사레에서 어쩌다 내뱉는 것처럼 그만큼 희박성이 내포하고 살얼음, 깰 듯 말 듯 관조하는 시인의 처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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