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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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
=송재학
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 끊어질 듯 이어지는 게 정(情)의 비결이다 언틀먼틀 요철이 들락거리면서 비로소 형체라는 물컹한 감정을 일군 것이 육(肉)이요 땅에 바로 세운 채 직립한 것을 뼈(骨)라 일컫는다 그것들은 해체가 어려운 가역반응이다 정은 살과 뼈에 번갈아 달라붙지만 결국 내부의 돌림으로만 떠돌기 쉽다 곰살맞은 육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알 수 없는 곳에서 서늘한 이유는 정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과 살과 뼈는 서로 다른 사람을 쳐다보기도 한다
문학동네시인선 169 송재학 시집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042p
얼띤感想文
정(情)은 마음의 작용이다. 마음에 느껴 뭔가 움직이는 것 그것을 우리는 정(情)이라 한다. 그러니까 시 주체와 객체 사이에 오가는 그 무엇이다. 시인께서 언틀먼틀 이라는 부사를 사용했는데 처음 읽어보는 단어였다. 바닥이 고르지 못한 울퉁불퉁한 모양을 언틀먼틀 이라 사전에서 설명한다. ‘언’에서 오는 ‘얼다’의 느낌과 ‘먼’에서 오는 아주 가깝지 않은 그 어떤 곳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틀, 그러니까 아직 미완성된 어떤 액자 상태로 놓인 시 객체를 꾸미는 것 같다. 하기야, 마음이 고르는 어떤 상태까지 즉 평정을 이룰 때까지 시를 읽고 해석하며 분석하겠지. 그것을 육(肉)이라 한다. 고깃덩어리다. 악착齷齪같이 달라붙었다. 그러면 그 반대쪽은 뼈라 해도 되겠다. 굳은 성질을 갖고 있으며 바닥에서 직립한 상태, 무언가 사정할 듯 빳빳하다. 물론 시 스스로가 그렇게 되지는 못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 객체가 빳빳하게 세웠을 뿐이다. 뼈처럼 곧고 한 곳을 향해 사정의 거리는 몇 분이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오가는 것을 가역반응이자 정이라 해도 될까? 곰살맞다. 이 뜻은 몹시 부드럽고 친절한 것을 말하는데 단어에서 오는 느낌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동물적인 어떤 느낌까지 오는 것 곰살, 정과 살과 뼈는 서로 다른 사람을 쳐다보기도 한다. 이는 시의 모호성과 다의성을 대변하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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