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개복치* -몰라 몰라 내가 죽은 진짜 이유를 =고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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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라! 개복치*
-몰라 몰라 내가 죽은 진짜 이유를
=고선경
개복치의 학명을 아십니까 그건 몰라 정답! 개복치의 학명은 Mola mola입니다 하지만 이 시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외국인은 몰라를 모를 테니까 사실은 나에게도 학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말고요 학명은 세계 공통의 명칭이라는데 나는 연구되지 않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나를 알았으면 해요 모르긴 몰라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학술 연구 대상인 동식물들은 자신이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난감하거나 부끄럽지 않을까........개복치는 자랄수록 모습이 기괴해진다는데 기괴함의 반대말은 무엇인가요 평범함인가요 사실은 나에게도 비범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볼 때마다 퍽 난감하고 부끄러워 비범하기를 곧 관뒀지만요 나는 비범하지 않으면서 눈에 띄기를 바랍니다 돌연사를 해서라도 말이지요 교수님이 무서워서 돌연사! 인생이 너무 심심해서 돌연사! 애인이 생기지 않아서 돌연사! 내 싱싱한 죽음의 이력들 나는 죽으면 죽을수록 유명해질 거예요 그런데 유명이라는 단어는 왜 있을 유와 이름 명으로 이루어진 걸까요 아이고.......유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 시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학명이 생기려면 전 세계 사람들이 나를 알아야 할 텐데 말이지요
*일본의 SELECT BUTTON Inc.와 ILCA가 공동 제작한 모바일 게임.
문학동네시인선 202 고선경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071-072p
얼띤感想文
제목이 참 재밌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이는 일본의 게임 이름이기도 하다. 개복치는 의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종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생각 못 한 각종 스트레스로 죽는 개복치, 그러니까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돌연사하여 치어에서 성어로 키워보는 게 하나의 꿈이 되었다. 어떤 이는 개복치가 무슨 이유로 죽을까 싶어 그 궁금증에 의해 게임자는 더 늘기도 했다는 말이 있다. 포항의 명물 개복치, 나는 아직 맛을 보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개복치의 학명은 우습게도 몰라, 몰라다. 그러니까 외국인은 더욱 알 길 없다. 시에 진정한 맛을 말이다. 학명과 유명은 대치하고 개복치처럼 자꾸 죽을수록 유명해질 텐데 사실, 나는 비범하지를 못하다. 여기서는 난감하고 다만 부끄럽다. 그러면서도 눈에 띄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나 돌연사는 그리 싶지가 않다. 먼저 눈에 띄어야 하는데 그 방향은 역시 북방이겠다. 알선동과 대성동은 다르듯이 북방의 각종 스트레스로 남하한 우리의 역사처럼 참 그러고 보면 신기할 정도다. 구전이라는 것은 몇천 년이나 지나도 단군의 역사는 우리의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것을 굳이 기록해서가 아니라 그것처럼 애꼬지라는 곳도 구지가라는 노래도 더 남하하여 일본까지 미친 그 영향은 이루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개복치, 그래도 너는 이름이 있었다. 유명이라는 것에 여기 또 한 번 죽으며 순장자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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