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포구에 다녀와서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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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에 다녀와서
=박일환
참 이상한 일이야 우린 만나면 왜 북성포구나 갑시다, 하면서 그다지 볼 것도 없는 곳을 찾아가곤 했을까? 그 날도 우린 북성포구를 가긴 가야 하는데 그냥 가긴 뭐해서 답동성당에 들렀고, 거기서 주차장 만든다고 쳐놓은 펜스들을 보며 혀를 좀 찼고, 신포시장은 그냥 잘 있으려니 싶어 옆으로 돌아 인천역까지 걸었고, 거기서 또 북성포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는데, 북성포구를 매립한다는 소문은 진작 들었지만 가서 보니 정말로 반쪽을 메웠는데, 메운 곳에 아파트를 세운다는데, 그래도 반쪽은 남았네, 누가 먼저 던진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토를 넘겨준 갈매기들이 매립지 끄트머리 시멘트 난간에 천연덕스레 걸터앉아 있는 걸 보고 괜히 화가 나기도 했던가? 갈매기를 피사체 삼아 사진 몇 장 찍은 다음 북성포구를 빠져나와 쭈꾸미 집을 찾아가 술잔 마주쳤네 이 집 쭈꾸미 정말 맛있네 하면서 소주를 몇 병이고 비웠는데, 다음 날 깨어나서, 북성포구 가는 길에 길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가방에서 먹이를 꺼내주던, 월세가 너무 비싸 조만간 작업실을 옮겨야겠다던 당신을 떠올려 보네 길고양이와 월세와 북성포구와......내가 끝맺지 못하는 시에 대해서도.....
청색종이 박일환 시집 귀를 접다 44-45p
얼띤感想文
시를 읽으면 한 편의 일기를 읽는 듯하지만, 물론 한 사람의 일기이겠다. 그 경험으로 인해 이룬 한 편의 시다. 술술 잘 읽히지만 정교하게 쓴 시 한 편이다. 여기서 보면, 시인께서 쓰신 시어다. 시적인 언어를 나열해보면 북성포구와 답동성당, 펜스, 신포시장, 인천역, 매립, 아파트, 영토, 갈매기, 끄트머리, 시멘트, 피사체, 주꾸미, 소주, 길고양이, 가방, 월세를 들 수 있겠다. 이는 북성포구로 가는 과정이지만, 시의 결말로 잇는 시적 행로이기도 하다. 굳이 시어 하나하나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간 쓴 것이 너무 많아 그냥 지나쳐본다. 그러니까 시인께서 사용한 시어마다 무엇을 상징했는지 우선 알아야겠다. 사실 마음은 북성포구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주꾸미도 먹고 그것도 맛있게 먹고 거기다가 술도 한 잔 마시면서 가면 좋은 인생이다. 그러나 월세가 너무 비싸다. 이 시에서 월세처럼 크게 와닿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한때는 월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었다. 월세보다는 아주 작은 강의 같은 걸 오히려 기대했다. 실지 강의도 해 보았다. 많이 했다. 그렇지만, 커피 강의였지 시에 관한 내용은 아주 조금이었다. 서두에나 아니면 결말이나 조금 언급하는 수준으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월세다. 가만히 생각하면 인생은 뜻대로 흐른 것 같아도 그렇지도 않았다. 늘 막막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램펄린 trampoline 속 물방울처럼 그러니 불안과 초조만 있다. 다시 젊음으로 간다면 글보다는 오히려 너튜브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잠시, 또 우물거리면서 내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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