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고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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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고명재
할머니, 오늘 우리 경단 만들자 햇빛에 잘 말린 요 위에 혼자 누워서 젖은 입을 빈방처럼 벌리다 말고
문학동네시인선 184 고명재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036p
얼띤感想文
시제 ‘비누’는 때를 씻을 낼 때 쓰는 물건이다. 물론 여기서는 시니깐 사전적 설명만 해 둔다. 물론 굳이 한자로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다. 할머니는 여자다. 곧 죽음을 앞둔 아니 죽음에 가까운 여자로 보는 게 낫겠다. 전에도 한 번 쓴 적 있다. 여자에서 여는 주다與, 넉넉하다 여유가 있다餘, 나그네旅, 등뼈呂, 같다如, 수레輿, 곱다 아름답다麗 등 여러 가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상징적 언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경단은 구체다. 생존을 유지하는 먹을 수 있는 떡(瓊團)일 수 있으며 마음을 수양하기 위한 하나의 경전(經單)일 수도 있다. 햇빛에 잘 말린 요는 시 주체며 그러니까 햇빛과 요는 대치한다. 젖은 입은 시 객체며 ‘빈방처럼’ 이는 시 객체를 더욱 묘사하며 ‘벌리다 말고’ 이는 시 주제를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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