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워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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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워
=이현승
극빈이 스케일로 오해되는 순간이 있다.
힘없는 사람들이 권세에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가난한 사람들이 황금을 돌 보듯 한다면
우리는 낮은 연봉에는 불만이 없지만
우리에 대한 대우가 그렇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공익성이라는 말의 뜻을 내 몫은 얼만가로 이해하는 당신 앞에서
화딱지가 그것도 미역처럼 끝도 없이 올라오지만
극빈이 스케일이 되는 순간이 있다.
곗돈 떼인 박씨가 한바탕 울화를 쏟아내고는
꼭 그 인간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그 인간이 그래도 우리집 큰놈 낳을 적에
미역에 소고기 끊어 왔던 사람이라고 두둔할 때
성자들이 청빈의 접시 위에 말씀으로 형혼을 살찌우듯
없이 살아와서 가지는 것의 짐스러움을 멀리한다거나
요강이나 재떨이도 영물처럼 여기는 마음일 때가 그럴 때다.
천국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보해도 좋겠다.
문학동네시인선 160 이현승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 023p
얼띤感想文
국수만 먹었는데 된똥이 나오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괜히 힘이 들어간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찾기가 어렵듯이 극빈은 늘 천국이다. 극빈, 마음의 빈약함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시 객체를 묘사하고 있다. 힘없는 사람과 황금과 낮은 연봉 그리고 공익성이라는 말의 뜻을 내 몫은 얼만가, 이는 모두 시 주체를 묘사하는 말이다. 가만히 자빠져 있는 글자야말로 힘없는 사람으로 의인화한 것이며 보고 있는 주체는 말 그대로 권세가나 다름없다. 어떻게 읽을 수 있을지 분간은 안 가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극빈자며 지금 시를 읽고 있는 독자다. 황금을 돌 보듯 한다면 시를 읽지 못하는 상황 그러니까 황금은 시나 문장을 상징하며 가난은 마음을 지칭하는 시어다. 인식 부족이다. 시는 역시 공익성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니기에 하기야 얼추 맞는 말이다. 책 한 권 내봐야 큰 수익이라고는 기대할 수가 없다. 잘 팔리는 분야도 아니기에 말이다. 어떤 모 유튜버의 얘기다. 물론 주식으로 꽤 큰돈까지 벌었지만, 책까지 내어 찍자마자 몇 세를 찍었는지 모를 27세 어느 대학생의 이야기처럼 인세는 모두 어딘가 기부했고(그나마 경제성을 다룬 책이라) 거기에 반하는 미역 미역들은 다만 흐느적거릴 뿐이다. 극빈이 스케일이 되는 순간이 있다. 나를 알아봤을 때며 곗돈 떼인 박 씨가 한바탕 울화를 쏟아낸다. 뭔가 떼먹은 떼 먹힌 영혼의 한 가닥에 울화는 치밀겠지만 오죽했으면 그가 그랬을까! 그래도 그 사람의 소(초식)가 있었기에 내 시 한 수 바르게 나왔으니까! 성자들이 청빈의 접시 위에 말씀으로 영혼을 살찌우듯 없이 살아와서 가지는 것의 짐스러움을 멀리한다거나 요강이나 재떨이도 영물처럼 여기는 마음일 때가 그럴 때다. 요강, 버림 그러니까 현세에 지쳐 내 쌓인 것들을 버린 곳을 상징하지만, 재떨이도 마찬가지다. 영물로 환유하기까지 해서 더욱 성스러움을 알게 모르게 강조하는 시인을 본다. 천국은 시적 자아며 이를 본 가난한 사람들은 시 독자를 비유해놓고 있으니 마! 그냥 좀 읽어라, 읽어도 좋다는 그나마 점잖은 격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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