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류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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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류휘석
그의 이름을 부른 지 오래되었다 나는 해마다 그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얼마 전부터 그도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이 먼저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하나의 이름과 하나의 몸을 가졌고
그것이 그에게는 불리했을 것이다 몇 해를 지나오면서도 그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아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억울해할까 그가 나의 존재를 모를지도 모르지만
무수한 악몽을 지나쳐오면서 단 하나도 기억나는 얼굴이 없다
베개를 뒤집으면 새 이름과 새 얼굴이 있고
나는 매일 갈아입는다
이것이 일종의 구원이라면 누가 나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어디를 올려다보고 있어야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도 이름도
그리고 나도
아주 오래된 것만 같다
어디선가 그가 실존하고 있다면
그리고 억울해하고 있다면
어쩐지 기쁠 것 같다
문학동네시인선 206 류희석 시집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070-071p
얼띤感想文
믿음, 이것은 시에서 더 나간 신信이다. ㄴ은 한글 자모의 두 번째 글자 ㄱ, ㅁ, ㅅ, ㅇ과 함께 기본 자음 중 하나다. ㄴ은 초성과 종성에서만 붙는 마치 어떤 진행 방향에 있어 가로막혀 있는 듯한 느낌으로 그것은 왼쪽에 대한 갈망이겠다. 그 왼쪽에 대한 길, 그 기준과 선별은 또 무엇인가? 오로지 신만이 알 수 있는 길 나는 여기서 믿음을 한 번 불러 본다. 그 믿음을 갖고 지켜본 약 오 분 동안의 진행 방향은 오른쪽이었고 초 죽음이었다.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 끊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인간의 손 손목 그렇다. 필력은 바닥을 다시 짚으며 믿음을 보고 있었으니까 그는 억울해할까? 그가 나의 존재를 모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웃고 있겠지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은 대중적이었으니까 그래 억울해하지 말자. 그 순간 나는 믿음이 없었고 삶에 대한 몸부림 또한 처절했지만, 왼쪽의 절벽은 깨부수기에는 역시 역부족이었다. 나는 무수한 악몽을 꾼다. 단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다. 내 미래에 대해서, 베개를 안고 택시를 타야 하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존재, 이것이 일종의 구원이라면 그는 나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한 번도 믿음을 바르게 본 적 없었는데 말이다. 아! 커피가 다시 또 부른다. 초성도 없고 종성도 없는 저 커피, 다만 물 끓는 소리에 뒤집는 온도만 있을 뿐 나는 그것을 매일 갈아 마신다. 어디선가 그가 실존하고 있다면 베개를 안고 택시를 타야만 했던 사실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그는 집게손가락을 세워 깊게 지르듯이 다만 좌측으로만 저었을 것이다.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는 믿음에 대하여 알지는 흉노라는 사실에 대하여 그것은 우리의 얼굴이라는 사실, 그러니까 북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음을
오늘 밤에도 올곧게 선 나무가 저리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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