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언저리의 솔잎들 =안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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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언저리의 솔잎들
=안태운
내 눈언저리의 솔잎들 흩뿌려져 있는 솔잎들 하나하나 손끝으로 그가 가다듬는 솔잎들 가만있어봐 눈언저리에 흩어져 있는 솔잎들 이후에는 옮기나요 하나하나 어디로든 옮기자면 옮길 수 있는 솔잎들인데 눈언저리가 훤히 드러나도록 그는 하나하나 손끝으로 집어 모아 뜰로 나가고 그것을 흩뿌리고 바람이라도 불면 바람이라도 불면 또 어디로든 옮겨 날아갈 텐데 옮겨 날아갈 텐데 솔잎들 그는 돌아와 내 눈언저리를 바라보고 이제 없군요 손끝을 대보며 눈을 떠봐 솔잎들 이제 없군요 눈언저리의 솔잎들 훤한 내 눈 나는 눈뜨기 두려워 어려워 서러워 내 눈이 텅 빈 공간 같았는데 그곳을 내가 걷고 있었는데 그는 뜰로 나가 찾아 나서나 솔잎들 흩어져 있는 하나하나 그는 그러모으나 솔잎들 그는 텅 빈 뜰 밖으로 영영 걸어나가고 있었고
문학동네시인선 216 안태운 시집 기억 몸짓 065p
얼띤感想文
눈두덩이의 주먹들=崇烏
내 눈두덩이의 주먹들 빳빳하게 서 있는 주먹들 참방참방 복서는 다만 저돌적으로 파고들고 언뜻 숨 쉬는 거 같다가도 잠시 또 멎었다가 내 눈두덩이의 주먹들 이후 난리 나요 노리나요 참방참방 어디로든 파고들라면 파고들 수 있는 주먹들 복서는 정신이 없고 빙빙 돌고 내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피어나도록 복서는 다만 휙휙 날리는 훅 치받고는 기세 헐 꺾는 내 눈두덩이에 주먹들 조금도 뒤지지 않겠다던 인파이터처럼 바짝 들이밀어 붙이는 내 눈두덩이의 주먹들 에라 죽으면 죽고 마! 함 붙자 뭐 이런 내 눈두덩이에 훅 빠져나간 주먹과 주먹들 나는 참 세상 깨끗하다 못해 헐 반하고 마냥 반해서 더는 눈 뜨기 싫은 링 밖으로 모여든 내 눈두덩이의 주먹과 주먹들에 퉁퉁 부은 내 눈두덩이 그래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맹한 복서는 복어가 되고 들것에 실어 나르고 한 방에 꼬꾸라트린 줄줄 내 눈두덩이
시가 운이 있다. 읽는 맛이 있다. 어제 읽었던 황유원의 시 ‘총림叢林’ 소풍 갔나 피안 갔나 나만 혼자 남겨두고,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내 님은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나 대전에 있나 나 홀로 남겨두고 어디로 갔나 그러니까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시인의 시 ‘눈언저리의 솔잎들’에서 솔잎들은 아무래도 검정을 상징한다고 보아야겠다. 마치 눈썹 정리하다가 시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시인께 송구한 일이지만, 패러디도 한번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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